주가 2000 오르던 날 '경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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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보름 전까지 세계 증시는 끝도 없이 오를 것 같았다. 중동 국가의 오일달러,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의 국채 남발 등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증권가 전망도 낙관 일색이었다. "곰(하락장)은 사라지고 황소(상승장)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지적한 이들이 있었다.

코스피 지수가 2000 선을 돌파했던 지난달 24일. 한양증권 홍순표(사진) 연구원은 "지수가 2000포인트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요지의 보고서(코스피 2000 선 돌파 후 안착 가능할까)를 냈다. 홍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미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그 경우 한국 증시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본지 7월 25일자 3면>

16일 국내외 금융 시장은 일순간에 패닉(공황) 상태로 떨어졌다. 풍부한 유동성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은행들은 돈이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남은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해법이다.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고 연착륙하는 것이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택한 첫 번째 조치는 막대한 돈을 시장에 푼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2117억 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880억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다. 웬만한 경우라면 벌써 '상황 끝'이 되고도 남을 금액이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은 "사고가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는 데다 정확한 부실 규모도 알 수 없어 유동성 공급만으론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FRB가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과 연체율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의 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또 다른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게 FRB의 고민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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