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TV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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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월요일 밤 10시30분.10대들이 MBC-TV 농구드라마『마지막 승부』에 열광하고 중장년층 남자들이 KBS-2TV『한명회』를 보고 있을때 여성시청자들은 SBS-TV『결혼』에 채널을 고정시킨다.거기에선 세자매의 각기 다른 결혼이야기 가 펼쳐진다.첫째딸 지영(최명길)은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가난한 남편의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하지만 결국은 아이까지 낳고 버림받는다.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힘을 믿었지만 상처받는 경우다.『거 봐라』고 TV를 보던 어머니들이 의기양양해 한다.셋째딸채영(유호정)은 고시합격이 불확실한 가난한 법대생을 걷어차고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다.그녀는 배신당하진 않지만 사기를 당한다.숨겨둔 여자와 아이까지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한 것이다.이번엔『그것 보세요』라며 딸들 의 기세가 오른다.
둘째딸 서영(조민수)은 부모와 의견 충돌이 잦았던 요란한 딸이다.그녀는 부모 몰래 방송작가인 애인과 단둘이 절에 들어가 결혼식을 올려버린다.결혼후에도 그녀는 강한 주관때문에 남편과 마찰이 잦다.그러나 배신당하지도 사기당하지도 않는 다.
이 드라마에서 세딸의 결혼이야기는 세가지 유형으로 설정된다.
흔히 결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사랑을 선택한 첫째와 조건을선택한 셋째를 대비시키고 첫째의 손을 들어 주던 것과는 색다른상황설정이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남편을 통해 자신의 꿈을 대리만족하려는「고전적 신데델라 컴플렉스형」의 첫째와 남편의 물질적 조건으로 자신의 욕구를 손쉽게 충족시키려는「상업적 신데렐라 컴플렉스형」의 셋째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대신 남자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할 의향이 전혀 없지만 남자의물질적 조건을 탐내지도 않는「독립군형」의 둘째를 조심스럽게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그러면서도 여기에서는 첫째.셋째의 불행한결혼에 대해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여성주의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결혼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어쩔수없는 현실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따뜻함 때문인듯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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