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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한국내 배치/미 무기구입 압력관련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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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뜨거운 정치현안으로/북핵 해결에 도움보다 긴장만 초래/“낡은장비 떠넘기기”… 야선 추궁태세
한국배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뜨거운 정치현안이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 단순히 무기의 부대간 이동배치라는 전술적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는 강한 의혹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고가미사일의 한국배치는 대한 판매를 전제로 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페리 미 국방장관이 부장관으로서 재직할 때 한국에 대해 무기구입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져 사전포석 의혹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종필대표 등 민자당 수뇌부는 3일 오전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 등 국방 현안문제에 대한 보고를 듣고 최근 미국이 보인 일련의 대한 위기상황론 유포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외무·통일 및 국방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 문제를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 회의에서 이 시점에서의 패트리어트 한국배치는 문제가 많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민주당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의도와 시기 때문이다. 미국은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는 단순히 주한미군의 방위력 증강차원』이라는 태도다. 민자당의 윤태균의원(전 국방정보본부장)은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미묘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패트리어트 배치 자체를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구매하라는 전제가 아닐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 국방위 의원들은 『미국이 궁극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노후장비인 패트리어트를 한국에 유상으로 떠넘기려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강창성·나병선의원 등은 『한국의 지역특성상 패트리어트의 효과는 극히 의문시된다』며 『이의 배치는 궁극적으로 유럽에서 철수해야 하는 폐·노후장비를 한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패트리어트의 한국배치 문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이어 2일 디펜스 뉴스지는 클린턴 행정부가 한국정부에 대해 패트리어트의 구매 및 공동생산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페리 미 국방장간 지명자(당시)는 상원 청문회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미국이 폐무기 구매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게 정치권의 일반적 우려다.
더구나 페리 장관은 부장관이던 지난해 12월 이병태 국방장관에게 결함있는 레이다 교란장치를 구매하도록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시기의 선택문제다. 현 시점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중대한 고비에 처해있는 시기다. 미국이 이 시점에서 패트리어트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은 북한에 대한 협상진전을 위한 압력행사의 순수한 동기도 있다. 그러나 그 외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위기론을 조성해 한국에 고가의 한물간 무기들을 팔아치우려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고도의 전술적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민주당의 강 의원은 『재미교포들은 한국에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라며 『왜 이 시점에서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지 모르겠다』고 의문부호를 단다.
또다른 야당 의원은 『최근 미국의 국방부와 언론들이 연대라도 한 것처럼 한반도 위기론을 유포하면서 최신장비의 배치설 등을 흘리고 있는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그런 가상상황을 만들어내 미국의 고가무기들을 한국에 넘기려는 전술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박지원대변인은 4일 페리 장관이 결함있는 레이다 교란장치에 대한 구매압력을 행사한데 대해 성명을 내고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에도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박 대변인은 『이는 국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로 마치 우리나라를 「무기 폐기물 처리국」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난하면서 『정부는 사실을 국민앞에 밝혀 부당한 압력을 배척하고 미국은 도덕적으로나 군사적 우방으로 합당한 처사였는지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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