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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노총 새 지도부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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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노총의 새 위원장에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건개혁 성향의 인물이 선출됐다. 민주노총은 새 지도부의 출범을 계기로 국익을 염두에 둔 성숙한 노사관계를 갈망하는 국민의 심정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신임 이수호 위원장은 기존 지도부의 강경투쟁 노선에 대해 "싸움은 열심히 했는데 노동자들이 손에 쥔 것이 없다"고 언급해 새 지도부의 노선이 보다 실용적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민주노총의 선명성 위주 투쟁이 불러온 사회적 갈등과 손실은 그동안 너무도 컸다. 지난 한해만 하더라도 두산중공업 파업, 화물연대 조업중단과 철도파업 등 대형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만성적인 파업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일시적 양보는 얻어냈지만 기업 경영환경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죽도록 파업하는' 강성 노조에 질린 기업들은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갔고,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는 격감했다. 당연히 일자리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라의 뿌리를 흔들어선 아무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음을 지금의 어려운 현실이 잘 말해 주고 있다.

신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5년간 불참했던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의사를 밝혔다. 우리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계와 기업.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계의 이러한 자세 전환 시도에 맞추어 정부와 기업도 새 지도부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한다. 예컨대 노동계가 한시적으로라도 무분규를 선언하고 생산성 증가 범위 내로 임금 인상 요구를 억제한다면 기업도 고용을 최대한 늘리고 근로자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세제 개편 등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일자리 창출과 노사관계의 항구적 안정을 위한 사회협약을 도출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노.사.정 3자가 국익과 상생(相生)을 위해 양보하고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