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탤런트 이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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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되겠어요.미안하지만 다시 갑시다.』 지난 22일 오후 KBS별관 C스튜디오 KBS-2TV『한명회』녹화현장.한명회 역의이덕화가 녹화가 끝나 조명을 끄고 장비를 걷는 스태프에게 다가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재녹화할 것을 요청했다.
백수건달 신세인 자신을 왕릉의 능참봉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는 친구와 이를 권유하는 장모에게 반발하는 장면을 연기했지만 좀체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덕화(42)는 남달리 연기 욕심이 많은 연기자다.
『연산군을 연기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세종대왕보다는 연산군이 훨씬 극적이고 매력있는 인물이지 않습니까.』 기인이자 파락호이면서도 스스로 시대를 이끌어간 모사가였던 한명회는 꼭 연기해보고 싶었던 인물중 하나로 그가 SBS를 떠나 KBS에 출연하는 한 이유가 됐다.
40대에 들어선 그는 이제 반항적 청년의 이미지를 벗고 싶고,또 벗을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인기를 의식해 박수받을 수 있는 연기를 해왔던 게사실입니다.이젠 깊이와 원숙함을 갖춘,나만의 연기를 해봐야죠.
』 지난 91년 임권택감독의 영화『개벽』의 최시형 역도 그런 노력의 하나였다고 말한다.지난 72년 TBC탤런트 13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래 74년 임예진과 짝을 이룬 고교생 영화『진짜 진짜 잊지마』시리즈로 청소년의 우상으로 떠오른 그는 그후20년간 TV와 영화 두 부문에서 정상에 머물러 있는 유일한 경우다. 10년동안 MBC-TV『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진행하며 타고난 엔터테이너 자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살어리랏다』로 모스크바영화제 남우 주연상을 받은 그는『수상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영화쪽에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힌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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