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사건 빠른 매듭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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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노동위의 이른바 「돈봉투사건」은 볼수록 가관이다. 부끄럽고 창피해서라도 서둘러 마무리지어야 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서로 자기만 옳다고 떠들며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
우리는 누가 돈을 받았다고 미리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의혹은 짙게 느껴지고,뭔가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이나 국회로서는 추문이 더 크게 번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문제삼을 대목이 있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빠른 진화를 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돈봉투 발설이 있은지 몇날 며칠이 지나도록 시비와 의혹이 번지기만 할뿐 필요한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뒤늦게 국회 윤리위가 열려 진상조사에 나선다지만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동료의원 문제를 냉정하게 조사할 분위기도 아닌 윤리위가 얼마나 진실을 밝혀낼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미 국회의 자체 조사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려운 것 같고,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로서는 지금껏 입법부의 권위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수사를 자제해왔지만 이젠 더 미룰 수가 없다고 본다. 돈 수수의 의혹을 받고 있는 자보측과 관련의원을 상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이런 불쾌한 사건을 계속 질질 끌 수만은 없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여야 정당과 국회의 자세도 불만스럽다. 소속의원이 돈봉투를 받았는지도 모를 창피한 일이 터졌으면 당지도부는 즉각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게 당연한데 여야 지도부는 오히려 애써 외면하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당차원에서 알아볼건 알아보고,징계할 사항이 있으면 징계해야 할텐데 보고만 있으니 딱한 일이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추문이 더 번지지 않도록 빠른 대응책 강구가 있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강도높은 사정과 재산공개,실명제 단행 등이 있은 후에도 정치권에서 이런 스캔들이 나오는 자체를 개탄한다. 이번 경우 설사 돈을 받은 의원이 없다 하더라도 돈봉투가 오갈 소지나 분위기가 정치권에 남아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됐다. 「깨끗한 정치」와 정치개혁을 경쟁적으로 외쳐온 여야 정당들이 막상 소속의원이 이런 스캔들에 휘말리자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는 현실도 보게 되었다. 정치권에 정말 개혁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국회로서는 지금껏 유명무실 상태인 윤리위의 기능을 강화,활성화하고 각 정당들은 내부기강 확립에 좀더 노력을 기울이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리고 검찰은 빠른 수사로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
불쾌하고 창피스럽기만 한 이런 사건을 더 이상 질질 끌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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