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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순종이냐… 잡종이냐/북한서 13마리 반입… 혈통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철통같은 경비로 밀반출은 어렵다”/전문가들/“특별사육장서 빼내… 돈이면 다 된다”/수입업자
지난해 11월 국내에 반입돼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북한 풍산개는 정말 순종인가.
더욱이 수입업자는 이들 개를 마리당 수백만원씩에 팔려는 것으로 알려져 순·잡종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세계적 명견이라고 자랑하는 풍산개는 진도개와 함께 193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남한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동물학자와 애견연구가들은 『국내에 반입된 풍산개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 순종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며 『언론이 수입업자의 얘기를 검증없이 그대로 보도한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북한에서도 평양의 동물원에서 기를 정도로 순종을 희귀한데다 특히 외부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국가안전보위부의 눈을 피해 특별사육장에서 대량으로 밀반출한다는 것은 상상키 어렵다』며 『만주 일대 조선족들이 기르고 있는 잡종 풍산개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신근박사(41·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도 『입수한 풍산개 사진과 이번에 반입된 개를 비교한 결과 상당한 차이점이 발견됐다』며 『수입업자의 순종주장을 믿을 수 없으나 국내에 풍산개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올해 안으로 북한에서 사육되고 있는 순종을 정식으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도개 자료수집을 위해 여러차례 중국을 다녀 온 한국진도견혈통보존협회 김정호 연구이사(57)도 『만주 등지에서는 우리 돈으로 5천∼1만원 정도면 개를 구입할 수 있으며,그중에는 순종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풍산개도 상당수 있고 3년전 박모씨가 이같은 풍산개 세마리를 이미 국내에 반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풍산개 소동은 국내에 반입되기 한달전쯤인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었다. 서울 중구 필동 10여곳의 애견 및 수렵견 매매센터와 병원들은 오퍼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북한의 함경남도 풍산군 광덕면 특별사육장에서 몰래 빼낸 풍산개 새끼 30마리가 있는데 마리당 5천달러(4백여만원)씩에 사지 않겠느냐,현재 북경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일본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북한 풍산개 수입을 시도해 본적이 있던 이 지역 상인들은 『한두마리도 아니고 수십마리씩 북한의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밀반입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라며 거절했다.
더구나 수입 풍산개 통관과 검역을 맡았던 구로세관과 농림수산부 국립동물검역소측도 『순종 풍산개 여부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좋은 진도개로 분류했다』고 밝혀 어느 곳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대해 풍산개 수입업자인 김만수씨(38)는 『만주 일대에는 풍산개와 유사한 고드리개가 있을뿐』이라며 『중국을 왕래하며 알게 된 조선족 사람의 친척이 특별사육장에 근무하고 있어 그곳에 있는 새끼 3백마리중 77마리를 빼내 다른 사람과 나눠가졌고,현재 북한 실정은 돈만 있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순종임을 주장했다.
문제의 풍산개 13마리는 현재 경북 영일군 흥해읍 김씨의 사육장에서 길러지고 있다.<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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