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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재단 참여인사/DJ와 끈끈한 인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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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체류부터 교분 10년지기/아키노 전 비 대통령/80년 사형선고때 구명에 앞장/카터 전 미 대통령/대선 예비조각때 재등용 고려/조순 전 부총리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은퇴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제2의 일터」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이사장 김대중)이 27일 현판식과 창립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간다. 아태재단은 특히 김 이사장의 험난했던 과거 정치역정에서 끈끈한 연을 맺어온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고문·자문위원 등으로 대거 참여,눈길을 끌고 있다.
해외고문으로 추대되어 창립식에서 연설을 하게 될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은 김 이사장이 5공정권 아래인 지난 83년 미국체류 때부터 교분을 지녀온 10년지기다.
당시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CFIS)에서 연구원자격으로 있던 김 이사장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압제를 피해 역시 그곳에 와있던 「야당 지도자」 니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코라손의 부군)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아키노 상원의원은 당시 DJ를 자신의 집에 가끔 식사초대했고 코라손여사는 다소곳이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준비를 하던 「현모양처」였다.
아키노 의원이 귀국길 공항에서 피살된후 86년 선거에서 필리핀 대통령이 된 코라손여사는 남편의 유품인 타이프라이터를 김 이사장에게 보내는 등 교분관계를 유지해왔다.
코라손여사는 『우리는 신앙과 민주적 가치를 공유한 동지』라는 축하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27일 창립식에서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향후 공동사업을 벌여나가기로 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80년 김 이사장이 5공 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그의 구명에 앞장섰던 인물.
김 이사장은 은퇴한 정치인의 표상으로 카터 전 대통령을 꿈꿨고 인권운동과 사회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카터재단」을 아태재단의 이상형으로 삼았다. 지난해 10월 방미한 김 이사장은 카터의 재단집무실을 찾아 양재단간의 협력약속을 흔쾌히 받아냈다.
카터는 『단지 조그마한 성공이 수백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로 진입한 김대중씨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해외고문으로 추대된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지난해 9월 고르바초프 재단사무실로 방문했던 김 이사장은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그렇게 초라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아직 일을 해보려는 정책과 의욕은 여전했다』고 전했다.
고르바초프는 『김대중이사장이 제안하고 있는 아태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목표를 위해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축하서한을 보냈다. 아태재단은 고르바초프재단과 협력을 합의했고 고르비 부부를 올해중 한국에 초청한다.
제롬 코헨 전 미 하버드대 교수는 71년 대선후 DJ 동경납치사건때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작고·전 주일 미 대사)와 함께 DJ구명과 진상규명에 앞장섰던 인물.
존 던 영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김 이사장이 지난해 영국 체류중 그와 스티븐 호킹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한 경험」으로 꼽았을 만큼 가까운 인간관계를 맺어와 해외자문위원을 수락했다.
오랜 아키노 계보인 라울 망글라푸스 전 필리핀 외무장관도 82년 DJ의 미국체류이후 알게돼 동교동을 세차례나 찾는 등 두터운 교분을 맺어왔다. 윌리엄 커 미 라로슈대 총장(전 가톨릭대 부총장)은 DJ가 가톨릭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때부터 알게돼 지난해 재단설립관계를 자문하기도 했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는 현직 때 DJ와 자주 만나 정국상황 정보를 교환했으며 최근 DJ 동경납치사건의 증언에 응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순 전 부총리는 지난 대선 당시 김 이사장이 「섀도 캐비닛」(예비조각)을 짤 때 재상등용을 고려했을 만큼 신망이 두터운 관계며 이번에도 김 이사장이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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