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쏙쏙 빠지는 환경정책/부처·업체이기주의에 매번 물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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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개선부담금 읍·면 확대/철도·항공 소음기준/군시설 영향평가/가전 소음표시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장치가 허술한데다 그나마 마련된 환경관련법 조차 관련부처의 비협조로 알맹이가 빠지는 등 환경정책이 겉돌고 있다.
환경처는 지난해 7월 「교통소음의 한도」를 입법예고,일반철도 65㏈·고속철도 70㏈의 소음기준을 마련했으나 교통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철도소음은 경인선 서울역∼구로역 사이가 75∼80㏈,경부고속철도는 철도중심에서 1백m지점이 83㏈로 분석됐다. 80㏈은 혈관이 수축반응을 일으키는 정도다.
교통부와 철도청은 방음벽 설치에 1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경부고속철도 주변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예상된다며 지난해 8월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강력히 반발,결국 철도소음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환경처는 지난해 12월2일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군시설에 대해 『국방부장관이 기밀유지 등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환경처장관과 협의,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유보조항을 추가해 사실상 제외했다.
국방부는 현재 강원도 인제지역 3천7백여만평에 군사훈련장을 추진하고 있으며,이 지역은 45%가 원시자연림에 가까운 녹지자연도 8등급이다.
환경처는 또 가정소음을 줄이기 위해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대해 소음표시제를 도입키로 했으나 상공자원부와 업계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이와함께 용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시·도에 시행중인 환경개선부담금제를 읍·면까지 확대할 계획이나 내무부와 지자체의 반대로 유보된 상태다.
환경처측은 『오염물질과 폐기물이 다량발생하는 온천장·유흥업소의 경우 대부분 읍·면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나 이 때문에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오염 규제장치도 허술,자동차 매연배출 규제·단속의 경우 승객승차기준이 아닌 차고지검사로 이뤄지고 있어 검사에서 통과한 차량이 시내운행도중 검은 매연을 내뿜고 있어도 이에대한 실질적 규제를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처는 지난해 모두 5백여건의 환경영향 평가를 시행했으나 위반사항에 대해 사업중지 명령 등 실질적인 규제장치가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했었다.
환경처가 지난해 9월 전국 4백1개 사업장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사후처리를 감사한 결과 57%인 2백29개 사업장이 제대로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이들 위반사업장의 절반이상인 1백70개소가 일산택지개발지구·서울지하철 5·7호선 등 공공사업장으로 나타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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