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실세” 다시 주목받는 김덕룡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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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 대통령 회견서 “변함없는 애정” 확인/일부선 “의례적 표현” 관측… 본인은 침묵
김영삼대통령은 6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으로서 새해 국정운영의 틀을 밝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김덕용 전 정무1장관(민자당의원)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나와 오랫동안 캄캄하고 어두운 시절,외롭게 고통스러운 세월을 같이 보냈습니다.… 본인을 위해서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잠시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의원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 대통령은 「애정불변」 뜻을 두번이나 되풀이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이 과연 그자리에 어울리는 것이었느냐의 여부를 떠나 이러한 발언으로 김 의원은 세인의 주목을 다시 한번 받게 됐다. 그의 경질배경에 대해 갖가지 해석과 억측이 뒤따랐다. 『그가 큰 꿈을 품은 나머지 대통령의 사조직 해체령을 무시하고 계속 개인조직을 다져왔기 때문』(대통령 심기자극설),『민주계 실세들 사이의 권력투쟁에서 탈락한 것이 아니냐』(민주계내부 견제설)는 등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김 의원이 당분간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이 전망이 이런 기저에는 깔려있었다.
반면 『김 의원이 잡음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이 신임을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다』(일시적 근신설),『김 의원에게 더 큰 역할을 맡기기 위한 포석』(재충전설)이라는 등 그의 부활을 낙관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김 의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밝힘으로써 그의 거취가 다시 화제를 낳고 있다. 먼저 재기가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최형우 내무장관의 예에서 보듯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애정표현은 의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김 의원에 대한 갖가지 입방아를 수그러뜨리려는 수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김 대통령이 애정표현에 앞서 개혁의지·청빈성·능력을 개각의 가장 중요요소로 고려했다고 말한 점을 들어 김 의원에 문제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김 의원은 김 대통령의 애정확인데 대해 무반응이다.
그의 속마음이야 어떻든 대통령의 언급 덕분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정치인으로서 행운이라 할 수 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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