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이젠그만>4.계단별 폭.높이까지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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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에서 집 짓고나면 모두 野黨이 된다」-.
자기손으로 집짓기 위해 관청을 출입한 사람치고 거미줄같은 규제와 건축공무원을 원망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서울 은평구 李모씨(60)는 지난해3월 10년동안 살던 집을헐고 3개월뒤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지었다.준공검사를 받으려하자 감리를 맡은 건축사는 건축법을 4건이나 위반해 준공검사가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2층과 3층 베란다에 창 문을 달았다」「1층 베란다가 10㎝ 튀어나왔다」는 것이 주요위반 내용.
李씨는 『베란다에 창문다는 것도 불법이냐』고 따졌다.그러자 건축사는 건축법을 들이대며 『베란다에 창문을 달 경우 베란다면적이 건축면적에 포함돼 용적률이 한계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베란다에 창문을 단 서울시내 모든 아파트가 불법인 데도 관청은묵인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베란다에 창문을 달지않는 집이 몇집이나 됩니까.방음.방범.
보온을 위한 필수장치 아닙니까.도대체 법이란게 뭘 규제하자는 겁니까.』李씨는 아직까지 준공검사를 못받고 무허가 건물에 살고있다. 새건물은 그렇다치고 기존 건물의 개보수 역시 까다롭기는마찬가지다.
金모씨(경기도파주군문산읍)는 지난해11월 누전으로 안방에 불이나 천장을 태웠다.간단히 보수를 할 요량으로 읍사무소에 갔더니 사무소는 다섯가지 서류를 갖춰 대수선 신청을 하라고 요구했다. 설계사무소로부터 설계도면을 기다리는데 이틀,등기부등본.토지대장.건축물관리대장.도시계획 확인원을 떼는데 하루,보수공사하는데 이틀이 걸렸다.5일동안 金씨가족은 친척집에서 새우잠을 잤다. 현행 건축법은 건축사가 조사.검사를 대행하는 주택등 소규모건물(4층이하 연면적 2천평방m이하)을 짓는데도 허가신청.기존건물철거.중간검사등 8단계에 20여종의 각종 서류를 요구하고있다.지난해 여름 행정간소화조치로 위생시설등 각종 설 비를 표시하는 설비도면과 하중.기둥크기를 표시하는 구조계산서등 10여종이 줄어든 것이 이 정도다.이보다 큰 건물은 14단계에 평균2백가지가 넘는 서류에 20여가지의 심의.협의를 거쳐야 한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용도를 무려 1백12종류로 세분하고 있다.
용도변경때마다 건축허가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행정조치는 물론이고 고발까지 당한다.거실은 용도에 따라 밝기가 제각기 달라야 하고 계단도 종류에 따라 폭 .단높이.단너비가 엄격히 정해져 있다.여의도 H빌딩은 지난해 10월 서울시로부터 불법용도변경 시정촉구를 받았다.구청 신고사항인줄 모르고 11층 건물의 4.5층을 점포(근린생활시설)에서 학원(교육시설)으로,6.8.10층 사무실(업무시 설)을 교회(종교시설)로 세를 놓은 죄였다.
건물주 金모씨는 『우리나라가 건물 세놓을 자유도 없는 곳인지는 미처 몰랐다』고 한탄했다.
서울성동구황학동 趙모씨는 지난해6월 3층 주택 지하층이 층높이의 2분의1이상 땅에 묻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됐다.趙씨는법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그렇게 지었다.
『층높이의 반을 지하로 할경우 방의 깊이가 1m50㎝를 넘게돼요.하수도 깊이가 1m밖에 안되기 때문에 펌프시설을 않고는 배수가 불가능 합니다.』건설부령은 지하층에 주거가 가능하도록 해놓았지만 건축법을 지키면 주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趙씨의 주장이다.
각종 규제에 걸려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불법건축물로 고발됐거나행정조치를 당한 건물이 무려 1만여곳이다.그러나 서울시내 건물중 실제 건축법을 위반하지 않고 있는 건물은 한곳도 없다는 것이 관계공무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崔熒奎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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