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WBC밴텀급타이틀전 邊정일 이해안가는 판정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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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프로복싱이 마침내 세계챔피언 無冠의 수렁에 빠졌다.
국내 유일의 세계챔피언이던 邊丁一(25.화랑체)은 23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체육관에서 벌어진 WBC밴텀급 2차방어전에서동급3위인 도전자 야쿠시지 야스이(25.일본)에게 2-1로 판정패,9개월만에 타이틀을 상실했다.
이로써 한국은 70년대이래 사상 여섯번째이자 83년에 이어 10년만에 無챔피언시대를 맞게됐다.
韓日양국 주먹의 자존심이 걸린 이날 타이틀매치는 邊의 다양한펀치가 단조로운 원투스트레이트 공격으로 일관한 야쿠시지를 압도한 한판.88년 서울올림픽에서 편파판정에 불복,67분간의 링점거 항의소동을 펼쳤던「링의 풍운아」邊은 경기에서 이기고도 판정에서 져 또다시 울고 말았다.채점결과 3명의 부심중 야욘(멕시코)만 1백15-1백13으로 邊의 승리를 선언했을뿐 페레스(미국).바라호나(멕시코)는 각각 1백13-1백15,1백15-1백16으로 야쿠시지에게 더 많은 점수 를 주었다.
그러나 前WBA주니어미들급 챔피언인 일본의 와지마 고이치는『邊이 2점 이겼다.무승부로 처리,재경기를 하는게 좋았다』고 밝혔으며 당초 邊과 타이틀매치를 벌이려다 부상으로 은퇴한 다쓰요시 조이치로 또한『야쿠시지가 2~3점차로 진 경기 였다.이젠 일본에서 경기를 벌이면 일본선수는 누구라도 이긴다는 말을 또 듣게됐다』며 모두 엉터리 판정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니혼게이자이.산케이 신문등도「미묘한 판정,뒷맛이 남는 판정」으로 보도한 이날 경기에 대해 邊의 화랑프러모션측은 링점거 항의 대신 즉각 프랭크 퀼 감독관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24일 녹화테이프를 포함한 보고서를 WBC본부에 제출 키로했다.
한편 국내권투계는 최근「엔高시대」의 파도를 타고 아시아 프로복싱시장을 주름잡는 일본프러모터들의 강력한 입김이 邊을 포함,文成吉(모리스체)朴永均(현대체)의 잇따른 타이틀상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본 프러모션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혼다의 데이켄(帝拳)프러모션과 가네히라의 교에이(協英)프러모션등은 미국의 돈 킹.보브 앨런등이 헤비급위주의 경기로 미주.유럽시장을 석권하는데 반해 경량급이 강세인 동양권 세계타이틀매치를 사실상 독 점하고있는 형편. 국내의 영세한 프러모터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4~5년전부터 혼다측이 중남미선수를,가네히라측은 舊소련선수들을 각각 일본으로 수입하는등 세계무대에서의 활동영역을 넓히며 WBC.WBA의 회장국인 멕시코.베네수엘라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다.
문성길에게 챔피언벨트를 빼앗아간 호세 루이스 부에노(멕시코)는 바로 帝拳프러모션에서 활동해온 선수였으며,박영균과 邊의 타이틀매치 또한 혼다측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측은 이외에도 WBA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인 멕시코의 에르난데스와 경량급 강호인 레오 가메스(베네수엘라)의 프러모터권을쥐고있으며,가네히라측은 최근 車南勳(태양체)을 물리치고 WBC플라이급 4차방어에 성공한 유리 아르바차코프와 WBA라이트급 챔피언 나자로프(이상 舊소련)등을 관리하고 있다.
아무튼「비즈니스」가 크게 작용하는 프로복싱계에서 일본에 비하면 구멍가게밖에 안되는 국내프러모터들이 세계 타이틀을 따오기 위해선 확실한 경기를 펼칠수 있는 유망주의 육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劉尙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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