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완전 이전] 한미 합의 내용·배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용산기지 이전 대미협상 첫날인 15일 오후(현지시간) 차영구 수석대표는 별 세개가 달린 육군 정복을 벗고 꽃무늬가 박힌 하와이안 반팔셔츠를 걸쳤다. 이미 사전조율을 통해 미군의 평택 이전을 매듭지은 상태라 이날 회의는 수석대표가 빠진 채 분야별 실무접촉만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낮 한시간 동안 리처드 롤리스 미측 수석대표를 접촉하고 돌아온 車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유엔사와 연합사가 내려가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저 담담한 표정이었다.

◆왜 미군 옮기나=지난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한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결심이 결정적 요인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주한미군 측에서 한국의 심각한 반미감정에 대한 현장보고를 받은 직후 "뉴욕 센트럴파크에 외국 군대가 주둔한다면 미 국민이 수용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조영길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유엔사.연합사를 이전하는 게 최선책(best solution)"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여기에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지역군이 아닌 동북아 기동군으로 활용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구상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미국의 요구에 이른바 '대미 자주파'로 분류되는 노무현 정부의 안보 담당자들이 꼿꼿한 태도를 보이면서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미국은 미군이 서울에 남게 하려면 28만평을 달라고 했고 우리는 20만평 이상(당초 17만평)은 내줄 수 없다고 했다.

◆합의내용 뭐가 담기나=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내려가고 83만여평의 용산기지 대부분이 한국 측에 반환되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될 경우 서울지역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은 사실상 없게 된다.

양측은 1990년에 체결했으나 일부 독소조항이 문제가 된 용산기지 이전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할 포괄협정과 실무문서인 이행합의서.기술양해각서도 16일(현지시간)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용산기지 이전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해진 한.미 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이행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책임을 한국 측이 맡고,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하는 전력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이전 완료까지는 험로 예고=주한미군 용산시대의 마감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다. 2006년 말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유엔사와 연합사가 이전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마스터플랜이 바뀌어야 한다. 사령부 추가 이전에 따라 평택의 대체부지 규모를 얼마나 더 늘릴지도 한.미 간에 줄다리기가 필요하다.

호놀룰루=이영종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