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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실사처리/국회 3명·정부 4명 징계 그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예상대로 용두사미/국회/축재 정당성은 논외… “봐주기” 비난 클듯/정부/금융자산 표본조사는 처음부터 한계
3개월에 걸친 공직자 등록재산의 실사는 예상했던대로 용두사미로 끝나는 형세다. 윤리위 출범 당시의 서슬은 온데간데 없어진 셈이다. 법의 허점과 윤리위의 소극적 자세가 맞물린 결과라는 평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박승서)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산신고 누락의원 30여명에 대해 고의성여부 판단을 위한 개별투표를 벌였다. 투표결과 무소속 L의원,민주당 P·K의원 등 3명의 의원은 고의로 재산등록을 누락시킨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부동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의 누락혐의가 짙은 10명의 의원이 투표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중 실제로 처벌결정은 6천여평(3억5천여만원 상당)의 임야에 대한 등록을 누락한 무소속의 L의원과 민자당의 K의원에 대해 내려졌다.
당초 부동산의 경우는 등록서류와 내무부 등의 전산자료와 차이가 나는 숫자가 40명선이었다. 그러나 30명은 자투리땅,등기이전상의 절차상 하자,상속토지가 있는 것을 몰랐던 경우 등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중 박명근의원(민자당)은 72년에 판 땅이 등기이전이 안된 경우이고,윤태균의원(민자당)은 사장으로 재직했던 토지개발공사가 자신의 명의로 사둔 땅을 명의변경하지 않은 경우여서 해명이 됐다.
또 이상득·금진호의원(이상 민자당)과 김옥천의원(민주당)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에 매각한 땅이 등기이전이 안된 것으로 해명됐다. 남평우의원(민자당)·김충현의원(민주당)의 경우는 도로편입으로 인한 자투리 땅이 10∼20평 남아있던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의 경우는 예금을 누락한 의원 20명이 투표대상자로 알려졌다. 이들중에는 1억원 이상의 예금을 누락한 의원 10명이 포함돼 있으며 수억원대의 부인명의 예금을 누락한 민자당 P의원은 고의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윤리위의 활동은 축소 실사 또는 봐주기 실사라는 국민들의 비판이 따갑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축재과정의 정당성 등은 애초부터 문제삼지 않았다. 게다가 실사수단의 한계와 정치권의 경제분위기 등의 한계가 있었다.
○…1급 이상 공직자 7백10명에 대한 재산성실신고조사 결과에서 크게 주목되는 점은 두가지다.
첫째,해임·파면 등 징계를 받을 만큼 「거액을 일부러」 빠뜨린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부동산과 달리 금융자산은 누락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대목이다. 재산형성에 문제가 있는 요주의 인물들은 이미 몇차례 사정을 통해 옷을 벗었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은 3급 승진때부터 재산을 등록해왔기 때문에 노출의 기회가 많았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금융자산에서 무혐의판정을 내리기는 이르다. 공직자윤리법을 만들 때만해도 윤리위는 모든 사람의 모든 금융자산을 실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그후 실명제가 실시돼 제동이 걸렸다. 계좌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윤리위는 1백36명에 한해 몇개 점포의 자료만을 볼 수 밖에 없었다.
3개월간의 실사에서 윤리위는 조금이라도 신고내용이 틀리면 모두 소명서를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은 예를들어 문중땅,도로편입부지생략,금융자산신고일 착오 등 선의의 실수로 판명됐다. 그중 본인은 착오라고 주장하지만 윤리위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는 「경고」로 분류됐다.
부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상 첫번째의 공직자 재산공개·실사는 「공직에 어울리는 부」의 개념을 정착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 제도가 계속 실효를 거두려면 재임중 재산변동부분에 대해 엄격한 시선이 뒤따라야할 것 같다.<김진·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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