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구속」 당황… 홀가분/한화 김 회장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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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검찰 “여론도 감안했다” 주장/담담하던 김 회장 끝내 눈시울/회사선 “동요말라” 특별방송도
검찰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속은 「11월 마지막 날의 전격작전」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밤늦게까지 조사해봐야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검찰 수뇌부는 이날 오후 곧 바로 구속방침을 확정하고 법무부와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순식간에 끝마쳤다.
○…김 회장은 지난 30일 밤 11시쯤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청사를 나서면서 다소 상기된 표정속에서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새정부의 신경제·신한국 건설에 걸림돌이 돼 대통령·국민·당국자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사말.
김 회장은 또 『검찰이 잘 대해줘서 불만은 전혀 없다』며 도열한 임원들에게 『제가 비록 부족하고 부덕해서 이런 사태가 났지만 회장이 어떻게 돼도 그룹은 산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호송차에 오르기전 김 회장은 그룹 고위관계자 10여명에게 『믿어요』 『잘들 해요』 『아무 걱정 말고 한화그룹이 발전할 수 있도록 내가 없을 때일수록 잘 해주십시요』라는 등 모두 다른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나누면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한화그룹 수사시간중 외부관계자와의 접촉이 차단된채 「연금」생활을 해왔던 중수부 황성진 2과장·박주선 3과장은 1일 『지금까지 한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
특히 검찰은 『사정활동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거나 특정인사를 겨냥한다는 세간의 의혹은 의혹일뿐이며 앞으로 검찰은 언제나 국민의 편』이라고 「검찰권 독립」을 강조.
○…김도언 검찰총장은 30일 오후 송종의 대검차장·김태정 중앙수사부장 등과 회의한뒤 김 회장 구속방침을 최종 확정하고 오후 6시20분쯤 김두희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 한편 김 총장은 이에앞서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전국교정기관장 회의에서 김 장관을 만나 김 회장 구속방침을 구두로 사전보고했다는 후문.
검찰은 『청와대에는 장관승인을 얻은뒤 민정수석실에 영장청구 방침만 통고했다』고 설명.
○…검찰은 10월초 김 회장이 그룹 창립기념일에 맞춰 귀국했을때 이미 청와대측으로부터 모종의 약속을 받고 귀국했으며 곧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자 『검찰이 바지저고리인줄 아는 모양』이라며 한때 발끈. 이 때문인지 김 검찰총장은 수시로 『주임검사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김 회장을 불러 조사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줬으며 신병처리도 순전히 검찰 판단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김 회장과 박철언의원이 절친한 관계라는게 알려졌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검찰에 아무런 언질을 주지않았다는 것 자체가 법대로 처리하라는 암시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김 회장의 전격구속 사태를 맞은 한화그룹의 직원들은 1일 아침 출근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그룹장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
이 때문에 성낙정 경인에너지 회장은 오전 8시30분 시내방송을 통해 『이번 사태로 나 또한 망연자실했다』며 『그러나 전임직원들은 한치의 동요도 없이 업무에 충실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어 각 부장과 팀장들도 부서별로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재차 당부. 그룹측은 전날 오후 6시30분쯤 김 회장의 구속방침 소식에 긴급사장단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김 회장의 구속이 발표된 시간에는 대부분 직원들이 퇴근. 이날 사장단회의는 충격과 허탈감속에 1시간동안 진행됐는데 일단 임직원의 동요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화그룹의 주거래은행인 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1일 『한화그룹의 주력기업인 한화나 한양화학이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기업이어서 당장 경영상의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보지만 앞으로 자금결제 등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주목하겠다』고 말했다.
이 그룹의 주력기업인 한화·한양화학·경인에너지 등 3개사와 골든벨상사가 주거래은행인 한일은행에서 빌려쓰고 있는 대출금은 8백60억원이며,지급보증액 6백억원과 외화대출 60억원을 포함한 총 여신은 1천5백2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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