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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불법취업 외국인-강제출국 시한 한달 중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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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내 불법취업 외국인들에 대한 강제출국 시한이 12월15일로다가오면서 중소기업체들이 초긴장상태다.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6월이후 정부의 강제출국 방침이 두차례나미뤄져 이번에도 단속의 실효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강제출국을 피하려는 불법취업 외국인들의 잠적사례가 잦고 자살사건까지 발생하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 실속에 정작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갈 경우 인력공백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고심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불법취업에 대해서는 강제출국으로 대처한다는 방침만 거듭 밝힐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소업계도 자금난으로 설비의 자동화,임금의 현실화등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딱한 형편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3D직종은 구직자가 없는등 국내의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 취업상태를 현실로 인정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다. ◇불법체류 현황=법무부가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말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는 5만8천6백5명.노동부는 이들이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체나 유흥업소등에불법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국회에 보고했 다.
한국노동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이나 경찰등에서는 이들외에도 3만~4만명이 국내에 불법체류하면서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밝혀 실제로는 10만명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일하고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중 2만여명은 주물.피혁.염색.도금.열처리공장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고 도금업계의 경우 전국 1천여 사업체중 절반 가량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근로자중 대부분은 朝鮮族 中國人들로 이들은 우리말이 가능해 여타국가 근로자들보다 취업과정에서 환영 받는데다 국내임금이 中國도시근로자의 10배(33만원)나 되고 입국이 비교적 쉬워 中國人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중소기 업들은 이들 저임금 인력을 고용함으로써 노동력 空洞化현상에 대처하는 한편 낮은 임금과 노사분규 원인제거등으로경영이 좋아지는 이점이 있는데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임금이라는메릿이 있어 당국의 끈질긴 단속에도 불구,불법 취업 외국인은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태=안산 반월공단의 섬유업체인 S통상(종업원 1백70명)과 O섬유(종업원 1백80명)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 9명과 31명씩을 고용했었으나 9월과 10월 근로자들이 잇따라 강제귀국 당한뒤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부분 조업을 하고있다.
O섬유 전무이사 白亨萬씨(50)는『부족인력을 메우기위해 매일인력시장에서 일당 3만5천~4만원을 주고 인력을 구해 임시방편으로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일용직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는 날에는 조업이 중단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종업원이 15명인 우진화학(도금업체)은 지난해부터 고용한 5명의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올 12월 모두 출국할 예정이어서 내국인 근로자를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한명도 없어 사장 자신과 친인척까지 동원돼 작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회사 李우광사장(41)은『매년 5억원 가량의 매출실적을 올려왔는데 최근 인력난으로 공장가동률이 50%로 떨어져 올해는 매출액도 50%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면 조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여있다』 고 어려움을호소했다.
섬유업체인 A사에서는 2년동안 일해오던 필리핀 근로자 2명이,도금업체인 B사에서는 중국인 교포 4명이 최근 잠적했다.
B사 사장인 李모씨(41)는『최근 도주 근로자들이 강제출국을당하느니 비록 임금이 낮더라도 출국방지를 약속하는 회사나 유흥업소로 옮겨야겠다는 말을 자주해왔다』면서 『이들에 대한 도주와동종업체로의 이적방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 로 임금을 60%가량 인상해 월평균 60만원씩 지급해 왔었다』고 밝혔다.
공단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업체들이 밀집한 안산공단내 1천여 기업중 절반이상의 업체에서 최근 근로자들이 잠적한것으로 추정했다.한편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는『한 직장에 오래 있으면 손해다』『이때 임금인상을 요구해야 한 다』『서너번 직장을 옮기면 지금 봉급의 두배는 받을수 있다』『우리 회사는 강제출국시키지 않고 계속 근무를 보장해준다』『유흥업소에서는 강제출국을 당하지 않는다더라』는 등의 말들이 회사안에서까지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는 공단측의 설명이다 .
이를 틈타 안산일대에서는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을 알선해주는 무허가 외국인 중개업소가 10여곳이상 난립하고 있고 이들 업체는 최근 기업체로부터 1인당 소개비를 60만~80만원씩 받고 철새 외국인 근로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을 알선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내국인 철새 일용근로자들이 때아닌 3D업종의 고임금호황을 누리고 있고 일부 업체들은 체류기간이 남은 타업체 근로자를 약간의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하는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상공자원부가 10일 발표한 취업기피업종 인력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61.8%가 분담금을 내더라도 외국인력을 계속 고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국내인력을 구할수 없어서(33.7%),임금이 싸서(31.6%),열심히 일해 생산성이 높아서(19.4%)등을 들었다. 기업들이 이같이 외국인력고용을 희망하는 것은 기술능력은 떨어지지만 야근이나 휴일근무등 작업에 적극적이어서 생산성이 높기 때문으로 조사됐다.또 인력부족현상은 숙련기능공보다 단순작업공 부분이 두드러지고 3D업종뿐 아니라 노동집약적인 전 제조업종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방안=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외국인 불법취업 현실을 정부와업계가 엄연한 현실로 인정,「외국인 고용공단」을 만들어 값싼 외국 인력을 국내에서 수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 관계법을 개정하는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民自黨에 제출해 놓고 있다. 중소기협중앙회는 또 3D업종이나 자동화.기계화가 어려운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현재 운영중인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를 계속 적용하되 불법 취업자 증가,산업기술 유출,외국인 근로자 범법행위등을 방지키 위해 송출업무 창구를 일원화 해달라는 건의서를 노동부와 법무부에 냈으나 거부당했다.현재 이 제도를 통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8천9백69명이다.
漢陽大 孫昌熹교수도 현실인정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한뒤 업종별.직종별 외국인력 고용의 양과 고용기간의 조정,귀국담보 보증제,업종.직종별 차등고용세 도입등을 公論化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孫교수는 일단 사실과 현상자체를 인정한다는 자세가 준비되어야해결방법이 나올수 있는 것이며 합법화의 길은 막아놓고 불법적인외국인력의 대량유입을 묵인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勞總 李柱完사무총장은『연말까지 실업률이 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상태에서 국내실업은 방치한채 외국인력 수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경기가 회복되고 실업률이 낮아진 뒤에야 고려할 문제』라는 반대입장을 보였다.
勞總은『이른바 3D업종 기피현상은 낮은 임금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되므로 기업들이 이들 직종 임금을 상향조정해 근로의욕을 유발시키는 것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正道로 판단된다』고 말한다. 한편 노동부.법무부등 정부 관계부처는 이들 불법취업자의 체류기간 연장이나 향후 입국허가에 대한 반대입장을 확정하고▲불법취업 다발국가 국민에 대한 査證발급심사 강화▲공항.항만 입국심사 강화및 우범성 외국인 입국봉쇄▲불법취업자에 대한 주기적 관계부처 합동단속실시▲국내외 불법취업 알선조직에 대한 조사강화▲불법체류자 출국조치등의 계획을 수립,시행해 나가고 있다.이와함께 불법 외국인 출국조치에 대한 대책으로는 각 사업체가 국.
공립 직업안정기관에 구인요청을 하도록 해 외국인력을 국내인력으로 대체해 나가는 한편 고용보험제도를 도입,▲자발적 실업자를 포함한 주부.고령자.장애인등 유휴인력의 경제활동 참가를 유도하고▲실직자에 대한 전직훈련과 재훈련을 강화해 고용구조를 개선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 놓고있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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