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시험(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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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몇해전 별세한 한 대기업의 총수는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재양성이 자신의 필생사업이라고까지 생각한 그는 「일년지계는 곡식을 심는 일이고,십년지계는 나무를 심는 일이며,백년지계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라는 동양의 격언을 즐겨 인용하기도 했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게 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는 그의 신념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실물자본에 대한 투자보다 경제발전에 더 크게 공헌한다』는 79년도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슐레츠 박사의 이론과도 일치한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장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은 오늘날에 이르러 모든 기업체의 절대 절명의 과제처럼 돼있다. 매년 신입사원을 뽑는 행사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필기시험의 성적결과만을 가지고 입사여부를 결정해왔던 종래의 획일적 방식을 지양하고 응용력과 사회생활에의 적응능력을 테스트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도 인재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열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대우나 장래성 또는 근무조건 등 여러가지면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기업체가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려해도 취업 희망자들에게 이런 저런 조건들이 맞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고,반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린 끝에 입사시킨 사람이 의외로 별 능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일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경제상황은 취업 희망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못할 만큼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급인력이 10만명이니 20만명이니 하는 통계숫자가 나오고 있는가 하면 7일 실시된 30대 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시험이 무려 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는데서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한 심각한 취업난을 실감하게 한다. 응시자 가운데는 취업 재수·삼수생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금년에도 대졸 실업자들이 더욱 누적될 것이고 보면 20년 가까이 공부에 시달리다 사회인으로서의 구실로 제대로 못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너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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