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 근황/언론에 기고·민주당 노선 조언등 「정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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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정부개혁 평가도 “유보”서 “잘한다”로
일산과 동교동의 연구소에서 한반도의 통일문제 연구활동에 두문불출하던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지방나들이를 다녀왔다. 막바지의 대전엑스포를 관람하고 내장산 단풍도 구경한 이 지방 나들이는 김 전 대표가 지난 7월 영국에서 귀국한뒤 처음이었다.
그는 최근 언론과도 선별적으로 기고요청 또는 회견에 응하고 있다. 그러면서 통일관련 강연활동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연구 및 강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계 인사들이 방문하면 공식적으로는 『정치얘기는 사절』이라고 아예 못박는다. 어쩌다 보도진과 만나도 정치가 화제에 오를 기미가 보이면 통일과 북한문제로 말머리를 돌린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기택 민주당 대표를 여러차례 만나 민주당의 노선문제에 대해 조언을 했다. 그 결과는 이 대표의 미래지향 우선정책으로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김 전 대표는 또 핵심측근 의원들을 불러 의정활동의 미진함을 때론 꾸짖기도 하고 방향제시를 한다는 얘기가 민주당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월부터 20여일간 금년내 설립될 예정인 자신의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가칭)」과의 협력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독·러·미 3국 순방길에 나섰다.
독일의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러시아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3개국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김 전 대표가 만난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이 외유기간중 국내 정치에 대한 소회도 슬쩍 한자락을 비췄다. 김 전 대표는 뉴욕에서 교포들과 가진 만찬중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업적중 군파벌을 정리한 것과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것은 일부 보완이 필요하지만 어떻든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높이 치켜세웠다.
김 전 대표는 또 『김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이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김 대통령이 잘함으로써 「양김 물러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한 측근은 전했다.
김 전 대표의 이같은 「찬사」는 YS의 초반기 개혁때 『좀더 두고 보아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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