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성적매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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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간단체들 의정활동 평가작업/출석률·발언량 조사보고서 발간
민간단체에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 직접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나라정책연구회(회장 이영희·인하대 교수)는 의원들이 정기국회 각종 회의에 출석한 상황·발언·자료요청 내용·법안제출과 표결 등을 나누어 평가집을 만든다. 우리 의정사상 처음으로 민간단체에 의한 의원들의 성적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난 14대 총선을 앞두고 장원석교수(단국대)가 13대 총선 공약의 실천을 평가하며 민자당은 F학점이고,평민당은 C학점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또 노총이 13대 국회 노동위 속기록 가운데 중요한 발언을 요약한 자료집을 발간한 일이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평가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실련과 정사협의 깨끗한 정치분과위는 이번주 의원들에 대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청렴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후원회를 가졌는지,정치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을 만들고 있다. 또 매월 깨끗한 정치보고서,매년 깨끗한 정치 청서를 만들 계획이다.
「깨끗한 정치인」을 해마다 선정해 시상할 계획을 세우고 김영래교수(아주대) 등 운영위원을 선정하고 있다. 나라정책연구회의 평가가 학과성적이라면 경실련의 것은 품행성적이 되는 셈이다.
나라정책연구회의 고성국 정책실장은 『이런 평가작업은 자칫하면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편향됐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올해는 우선 객관적 자료만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석률,발언횟수,발언량,자료요청 건수,쟁점에 대한 입장과 의안 제출 및 표결내용 등 계량화할 수 있는 것들부터 조사한다는 것이다.
나라정책연구회는 이를 위해 각종 회의를 직접 방청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회의내용들이 전문적이고 회의가 길어 그만큼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국회 속기록에 의존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라정책연구회는 이를 위해 상위별로 1∼3명,전체 20여명의 분석위원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이를 맡기로 한 사람은 양건 한양대 교수·윤영오 국민대 교수·박영은 정신문화연구원 교수·정종섭 건국대 교수 등 15명 정도. 작업 일정은 속기록이 나오는 속도에 영향을 받겠지만 이달말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1차 분석결과를 취합,토론과 수정보완을 거쳐 2월초에는 평가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쟁점들을 찾아 어떤 방식으로 대립했는지를 보여주고,논쟁에 참여한 의원들의 발언을 보여준다.
논란이 되는 조항별로 의원들의 의견과 논쟁·표결내용 등을 싣고 국민들이 판단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이제 국회의원도 과거처럼 쉽게 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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