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통술 전시품평회 마련 고려대 이철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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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나라 술은 역사가 깊고 품질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그러나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몰려있습니다.관련법을 시급히 손질,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국제경쟁력을 갖춰야할 것입니다.』 우리 전통주의 항구적 보존및 발전계기를 마련하기위해 민속주.탁-약주.소주등을 출품,25일까지 닷새동안 상계동 미도파백화점에서 전시회를 열고 한국의집(22일)과 고려대 인촌기념관(23일)등에서 품평회와 심포지엄을 주관한 고려대 식품 공학과 李哲鎬교수(48)는 지금 전통주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63년「막걸리대학」으로 불리는 고려대학교 농화학과에 입학하면서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됐다는 그는 70~75년 덴마크 왕립농대와 75~79년 美MIT에 유학,「발효」분야를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 술은 맛이 소박하고 향기가 뛰어납니다.각종 문헌을 보면 예전엔 중국과 일본등 해외에 수출돼 대단한 호평도 받았어요.문헌에 3백여종이 넘는 술이름이 기록돼 있을 정도로 종류도 다채롭고 제조도 자유로웠지요.그러나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에 휘말려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일본이 자국의 술 「사케」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올려놓은 상황에서 우리는 일제의 교묘한 술수와 60년대이후 주류제조에 대한 쌀사용금지 정책이 겹쳐 사실상 우리 전통주의 제조기술과 입맛 자체를 잃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또 제조자 들의 영혼이 담겨야할 술제조가 일본식 잔재인 약.탁주로 획일화되고 제조자 제한과 판매구역제까지 실시,개선이나 연구의욕 자체를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통술의 발전을 위해 세금은 내되 제조는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주세법을 개정해야 합니다.판매지역을 제한한 것도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제품을 현대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해요.』 전통주류전시회에는문배주등 민속주 30여종,이동막걸리등 탁.약주 8종,안동소주등전통소주,3~4종의 발굴개발중인 민속주등 70여종이 출품되고 있다고 전하는 그는 업계에 자금력과 기술이 축적되지 못하면 개방화시대에 세계적인 ■주들의 밀물에 휩쓸려버릴 수밖에 없다면서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李교수는 전시회와 심포지엄을 끝낸뒤 자료를 종합 정리,「한국의 술」이란 백과사전적인 저서를 우리말과영문판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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