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반자관계 “굳히기”/내달 열릴 한­미정상회담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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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집권후 의례적인 방문 아닌 답방/중·가 정상도 만나 아·태비전 제시
김영삼대통령은 민족자존의 외교,국력에 걸맞은 제몫찾기 외교를 골자로 하는 신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소말리아에 대한 전투기 파병을 요청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한 것도 신외교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김 대통령도 취임 9개월만에 첫 해외나들이 지역으로는 역시 미국을 택했다. 우리 외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오는 11월18일부터 27일까지 이루어지는 미국 방문에서 김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APEC) 지도자회의에도 참석,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 등과도 정상회담을 갖는 2중 목적을 갖고있다.
○4개월만의 재회
권력의 정통성에 자신이 없었던 역대 집권자들은 집권하면 바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하나의 불문율처럼 여겨왔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미국으로부터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의식으로 활용한 셈이었다. 역대 집원자들이 미국의 웬만한 부탁도 거절할 수 없었던 배경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도 한미양국의 특수한 우호동맹 관계에 비추어 미국을 첫 해외나들이로 상정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통성이 역대 집권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방미일정을 늦추었다. 개혁추진이 더 급하다는 이유로 국내문제에만 매달리는 김 대통령을 보고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너무 무신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한 요인이기도 하다.
금년에 한미양국 모두 새 정권이 들어서 우리로선 양국 정상되함의 필요성이 더욱 컸다. 그럼에도 김 대통령이 「자존외교」 고수로 방미하지 않는 가운데 지난 7월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방한해 형식상으로 보면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매우 편하게 했다.
청와대측이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의의와 관련한 설명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7월 방한때 쌓은 양국 정상간의 우의와 친분을 재확인하고 보다 돈독히 하는 계기라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쌀시장개방 여부 등 통상문제의 마찰만 빼면 양국간 큰 이견이 있는 분야는 별로 없다. 북한 핵문제도 양국간의 외교창구에서 긴밀한 협조로 공동대응이 잘 되고 있고 안보문제 등에는 기존의 우호협력체제가 잘 가동되고 있다.
○만남 자체에 의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현안으로는 대북문제와 경제문제다. 지난 7월의 정상회담때 출범한 「경제협력대화기구」(DEC)를 중심으로 한 경제·산업·가술분야에서의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어떻게 추진하느냐는 방안이 협의될 것이다.
북한 핵을 포함한 북한문제에 대해 양국정상은 강력하고 원칙에 입각한 공동대처 및 긴밀한 협력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청와대측의 공식설명에서 보듯 모든 현안이 「계속」 「재확인」의 수준이다.
뒤집어보면 상호간에 이미 확인된 것이고 따라서 새로이 날카롭게 의견대립이 되어 논의할 일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실제 서로를 거북하게 만들 쟁점현안도 없다.
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투기문제 등은 새로운 논의대상이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달하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결국은 「만남」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4개월만에 양국 정상이 교차방문했다는 사실만도 북한 등 주변 국가들에 주는 의미는 적지않을 것이며,또 양국 실무자간의 협력분위기도 높일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아시아­태평양 연안 15개국 지도자가 참석하는 APEC 지도자회의에 참석한다는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김 대통령은 11월20일 지도자회의에서 「아태지역 경협방안에 관한 비전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첫 연설을 하고 클린턴 대통령 등 참석지도자들과 아태지역 경협증진을 위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그리고 모두가 주목하는 개혁정첵에 대해서도 설명할 계획이다.
○개혁정책도 설명
김 대통령은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비롯,태국·캐나다 정상들과 개별 연쇄회담을 갖는다.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한관계 및 한중경협 강화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서게되는 이번 방미기회에서 민족자존외교와 함께 우리의 외교영역을 어느만큼 넓힐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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