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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곡가 나운영씨 별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작곡계의 큰 별 羅運榮씨가 21일 오전10시 서울송파구 가락동 작곡사무실인 운경교육관 앞길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인근 경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별세했다.71세.
그는 한국적인 아이디어에 현대적 기법을 결부시킨 민족음악의 창조를 평생 과업으로 삼아 「서양음악의 토착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羅씨는 사랑방에 국악기를 모두 갖춰놓고 매월 2회씩 동호인들과 함께 연주회를 열만큼 국악에 심취했던 부친 羅元鼎씨의 영향을 받아 어릴때부터 음악에 뜻을 두었다.
중앙고보 재학 당시인 36년 孫基禎선수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우승에 감명받아『아 가을인가』를 발표하면서 작곡활동을 시작,39년 金岸曙의 시『가려나』에 곡을 붙인 작품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작곡부문에 당선되는등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 았다.
동경제국고등음악학교를 졸업한 뒤 45년 중앙여전 조교수로 강단에 섰던 그는 91년 목원대를 끝으로 학교를 떠날 때까지 서울대.이화여대.덕성여대.연세대.목원대.세종대.전남대등 각 대학에서 수많은 후학들을 길러냈으나 후계자를 두지 못 해 늘 안타까워 했었다.
국적불명의 음악을 가장 싫어했던 그는 말년엔「찬송가의 한국화」까지 시도할 정도로 일관된 작곡관을 견지하며 예술가곡 50여편, 고향곡 13편,협주곡 6편,오페라 3편,토착 찬송가 1천1백5곡을 남겼다.유족으로는 부인 柳慶孫씨(72) 와 1남 2녀가 있다.
발인은 23일 오전7시 국립경찰병원 영안실,장지는 충남공주군장기면금암리 대전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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