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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서 「맹독성물질」 검출/쌀·보리·밀등에 곰팡이 번져 발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수입·국내산서 잇따라 발견/암 유발등 치명적피해 우려/익혀 먹어도 독소 파괴되지 않아/소선 3만명 몰사도… 북한은 생물학무기 원료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수입 또는 국내산 곡물류에서 월남·캄보디아전중 생물학무기로 사용된 맹독성 물질들이 검출되고 있다.
이 독소들은 불결한 곳에서 보관된 곡식에 푸사리움(Fusarium)속 곰팡이들이 기생해서 내는 것으로 외국에서 수거된 곡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보사부 등 관계부처의 검역대상에 들어있지 않아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오염실태=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장 장일무교수는 미국 등 8개국에서 수입·수거한 곡류와 국내 강원도 춘천군에서 생산된 옥수수·보리 등을 대상으로 최근 「국내 및 수입곡류의 푸사리우 독소 오염도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푸사리움속 적색곰팡이가 내는 독소중 가장 강력한 T­2톡신이 시료 1백g에 캐나다산 보리에서 86ppb(1ppb는 10억분의 1g)나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본·이란에서 수거한 쌀과 밀,미국·캐나다에서 수입한 귀리와 밀에서는 독성이 T­2와 버금가는 NIV(Nivalenol)가 1백24∼4백65ppb나 나왔다.
ZEN(Zeoral enol)은 미국산 옥수수에서 무려 8백24ppb가 검출됐다.
서울대농대 이인원교수(농생물학)는 강원도와 영남이남지역의 보리·옥수수를 대상으로 「한국산 곡류중 푸사리움곰팡이 독소오염 조사」를 실시한 결과 NIV·DON(Deoxynivalenol) 오염도가 시료중 옥수수에서 각각 35,65%,보리에서 95,90%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보리에서 NIV보다 독성이 훨씬 강한 4­15디아세틸 트리코데신이 발견됐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처음 보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려대 김영배교수(식품공학)는 『중부지방의 벼·옥수수 및 사료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식도암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푸모니신(Fumonisin)B­1이 처음 검출됐는데 오염도 조사결과 옥수수에서 최고 6천9백55나노g(1나노g은 10억분의 1g)이 검출돼 극히 우려해야 할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전향숙연구원은 최근 이대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 「푸사리움속이 생성하는 T­2독소의 곡류중 오염현황 및 독성」을 통해 「서울·인천·영남지역에서 수거한 쌀·보리·콩 등 4백여종의 시료중 53%에서 푸사리움속 곰팡이들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특히 이 곰팡이의 배양결과 전체시료중 1.3%가 T­2톡신에 오염돼 있었는데 영남지역의 쌀은 38%나 오염돼 있었다는 것.
◇푸사리움속곰팡이와 독소=불결한 곳에서 섭씨 5도 정도의 낮은 온도서도 번식,대사산물로 독소를 내는데 익혀도 파괴되지 않고 생체에 축적돼 간·골수·조혈기관을 가장 먼저 공격,치명적 위해를 준다. 동물의 체중(㎏)당 치사량은 T­2독소 3㎎,NIV 4.1㎎,DON 70㎎이며 ZEN은 아직 확실치 않다.
장일무교수는 『2차대전말 소련의 오렌버그에서 이 독소들에 오염된 곡식을 먹은 주민중 3만명이 몰사한 일이 있고 현재 북한은 이를 원료로한 대량의 화생방무기를 비축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인원교수는 『월남·캄보디아전중 이른바 황색비(Yellow Rain)의 생물학무기로 사용된 독소로 선진국에서는 수출용 농산물의 보관에 극히 소홀해 장기간의 수입과정중 엄청나게 증식하나 현재 보사부에서는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만 검역하고 있는데 이나마 전문연구진이 없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에대해 보사부·농림수산부 관계자는 『T­2톡신·NIV·DON 등이 어떤 독소인지 아직 확실한 정보가 없으나 아플라톡신과 비슷한 물질로 안다』고 말했다.<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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