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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소나기 피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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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는 지금 춘추전국 시대의 초입이다. 강세장 전망으로 일관하던 증권사 전략가들 사이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자 국내 증시도 갈지자 행보를 이어 가면서다.

13일 코스피 지수는 5000억원을 웃도는 투신권의 대규모 매수세와 지난 주말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겹쳐 20.77포인트(1.14%)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누구도 시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정 초기 하락시 매수로 대응하라던 증권사의 합창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라는 신중론이 힘을 받는 모양세다.

◆"1800선 위협, 욕심을 버려라"=현대증권은 글로벌 증시와의 심리적 동조화 측면에서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류용석 연구원은 "1800선은 3월 이후 전개된 주가 상승의 가장 강력한 추세선이자 심리적 지지선"이라며 "이 선이 붕괴되면 투매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메리츠증권도 시장이 혼란스러운만큼 일단 지켜보라는 의견이다.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로선 욕심을 버리고 안정적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강조한다. 그는 눈 여겨 볼 신호로 ▶프로그램 순차익 규모의 플러스 반전 ▶코스피 60일선(1804포인트)에서의 지지 ▶중국 증시 상승세 지속 여부 등을 언급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현금을 확보해 위험을 관리하라는 입장이다. 180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향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하락시 매수"=그래도 증권가의 대세는 "추세는 변함없다"다. 단기 조정에 그치는 만큼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강세장을 대비해서 추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시장의 주류다.

신영증권은 코스피 지수 1800선이 무너지면 적극 매수에 나서라고 주장한다.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는 경기가 본격 회복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일종의 마찰적 위기에 불과하다"며 "서브프라임 문제가 실물 경제로 전가되는 것을 막아줄 방화벽이 두텁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긍정적 고용상황과 4분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그것이다.

동부증권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1990년 이후 세계 증시의 조정기를 분석한 결과, 조정폭이 컸을 때는 시장이 고평가된 경우(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았을 때)였다.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펀드의 파산 사태로 MSCI월드지수가 20% 폭락했을 때 MSCI월드지수의 PER는 23.68배였다. 2000년 기술주(IT) 버블 붕괴로 17개월에 걸쳐 36% 폭락하는 조정이 이어질 때도 MSCI월드지수의 PER는 24.12배였다. 그러나 지금은 15.6배다. 임동민 연구원은 "1800선에서는 매수를 고려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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