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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행정 총체적 구멍”/교체위 해항청 감사서 성토(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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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악천후 출항·초과승선… 관리소홀 질타/유족에 충분한 보상·감독 일원화 촉구
사고가 터지면 모르게 문제점이고 감춰지면 관행으로 치부돼왔던 우리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국회교체위의 해운항만청 국정감사에서 또 한번 드러났다.
12일 군산에서 열린 국감에서는 서해페리호가 어떻게 사고가 났는가가 초점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까지 어떻게 사고가 나지 않았는가가 의아할 정도로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행정의 허점이 지적됐다.
의원들은 우선 악천후의 무리한 출항·과다승선·선체결함여부·점검미비 등 「사고원인」을 나름대로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구본영 교통부차관과 염태섭 해운항만청장 등 정부측은 상당부분 이를 수긍,사고의 파장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화갑·정상용(이상 민주)의원과 무소속의 양순직의원 등은 『여객선 운항지침에 따르면 2백t급 이하 여객선은 초석 12m의 바람,파고 2.5m 이상에서는 운항할 수 없다』며 『광주기상청이 사고당일 오전 5시 초속 10∼13m,위도옆 말도관측소가 초속 15m의 강풍을 고지했음에도 출항을 취소하지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해 나갔다. 과다승선 의혹과 승선자명단 조차 확보하지 못한데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김운환·조영장(이상 민자)의원 등은 『항만청으로부터 매당 70∼80%의 지원을 받는 영세업체인 (주)서해페리가 운영난 타개를 위해 정원을 초과한게 참사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흥수·김진재(이상 민자)·김명규(민주)의원은 『건조된지 3년 밖에 안된 여객선이 작은 물결에도 요동이 심하다는 위도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다』며 「선체결함」에 무게를 두었다.
교통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정영훈의원(민자)은 『이번 사고는 원인을 따지고 감사할 필요도 없이 항만청의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인재』라고 못박았다.
이날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보인 부분은 희생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조속한 선체인양 촉구였다.
항만청측은 『공무원과 항만청 관여업계의 자발적 성금으로 승선초과인원에 대한 보상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윤수의원(민주)은 『사고는 항상 당국에서 내고 업자 등 국민으로부터 돈을 거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의원들은 또 『해상교통과 관련,항만청이 안전관리 지도·감독과 선박검사를,해양경찰청이 인명구조·사고조사를,기상청이 해상기상을 맡는 등 7개기관의 업무로 나뉘어 있어 신속한 공조체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김형오의원·민자)며 체계화된 종합시스팀 구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승무의원(민자)은 『사고선박과 군산항만청간에 교신이 없었고 비상사태 발생후에도 교신이 없었던 점에 비춰 무선사가 배에 승선조차 않은게 분명하다』며 해상안전의 필수요건인 통신상의 난맥을 추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 언론 등을 통해 밝혀졌듯 사고원인이 행정부재에 따른 것임이 재확인되었으나 비단 교통분야 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의 위험요소에 대한 재점검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김형오의원은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의식과 사고가 이제는 과감히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며 『사회 저변의 의식·관례·행태에 대한 총체적 개혁에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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