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올림픽 앞두고 원주민과 인권 시비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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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人權문제를 안고 있는 中國을 누르고 2000년 여름올림픽을 시드니로 끌어온 濠洲가 실은 스스로도 원주민문제로 인권시비에 휘말린채 고민중이다.
지난달 24일 올림픽개최지가 시드니로 결정되자마자 원주민인 애버리지니族은『독자 선수단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데 이어『호주정부가 원주민의 인권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경우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애버리지니族이 호주대륙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약4만년전부터다. 그러나 애버리지니族이 떳떳한 국민으로 대접받으면서 살수 있게 된 것은 30년이 채 못된다.애버리지니族이 올림픽 개최 결정직후 일각의 유예기간도 없이 對정부성명을 발표한 것도 누대에 걸친 설움이 자연스럽게 표출돼 나온 결과로 봐야 한다.
원주민 7백여명은 지난달 28일 캔버라에서 모임을 갖고『정부의 태도가 상당히「불손」하다고 판단될 경우 아프리카의 흑인국가들과 연대해 올림픽 보이콧운동을 펼쳐 나갈 것』을 결의한바 있다. 원주민들이 호주정부의「의도」를 의심하면서 끊임없이 올림픽보이콧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호주정부가 오는 18일 의회에 제출할「마보법안」때문이다.마보법안은 지난해 6월 호주 최고재판소가 내린,원주민들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마보 판결)을 입법화한 것.그러나 원주민들은 이 법안이 원주민의 소유권보다는광업권과 농업권을 우선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 원주민은 애버리지니族과 토레스섬族을 포함,약25만7천명으로 호주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올림픽기간중▲애버리지니族을「특수한 존재」로 부각시키는 일체의 문양및 구호를 사용치 않으며▲개최업무에도 일정수의원주민을 취업시킨다는 요구안을 제출하기도 했다.그러나 올림픽유치가 결정된 마당에 호주정부가 원주민의 희망을 그대로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호주정부가 이처럼 원주민문제에 미온적인 미봉책으로 일관할 경우 원주민들의 반발을 사「인류최대의 평화제전」을 폭력과 시위로얼룩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陳世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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