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천 이동막걸리 창시자 하유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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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막걸리와 동동주는 우리 민족의 얼과 한,그리고 땀과 눈물이담겨있는 민속주입니다.결코 사라지거나 위축돼서는 안됩니다.그러나 「막걸리를 먹으면 골이 팬다」는 등 유언비어와 악선전에 위기를 맞고 있어요.역사적 소명감을 갖고 소생시키려 면 주세법부터 개정돼야 합니다.』 50년 이상 국내 주조업계를 지켜온 경기도 포천명물「이동막걸리」창시자 河有千씨(78.한일탁주합동제조장대표)는 전통민속주 막걸리가 각종 규제에 시달린 끝에 사라질위기에 몰려있다고 안타까워했다.1930년대 간장양조에서 시작,44년 주조분야에 뛰어든 그는 소주.알콜주정.막걸리.동동주 등토속술에 관해서는 손을 안대본 것이 없을 정도.지난 57년 포천군이동면이 막걸리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이곳에 정착했다.
『이동막걸리의 감칠맛은 천혜의 물맛에서 나옵니다.좋은 물은 비누를 풀어도 금방 사라져버려요.실제 막걸리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영양가 많은 발효술로 정평을 얻고 있습니다.단지 도로사정이나쁘고 운송수단이 조악했던 60년대에 영세업자 보 호를 위해 만든 주세법시행령이「탁.약주공급구역」을 해당 시.군으로 제한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으로는 아무리 좋은 술을 빚어도 한정된 지역에만 공급해야 하는 제한때문에 시설확장도 할 수 없고 수요가 있어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더욱이 일부 악덕업자가 상표를 도용하거나 열악한 시설 속에 카바이트 등을 사용,속성으로 빚기 때문에 본연의 맛을 잃고 소주.맥주 등에 자꾸만 시장이 잠식돼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루 4만ℓ 생산이 가능한 이동막걸리의 경우 국내에서 정평을 얻고 일본.미국 등 해외 수출길까지 뚫려 있으나 공급지역제한에 묶여 1만ℓ 생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불과 지척의 수도권에서 요청하는 주문에도 응하지 못하고 대전엑스포에도 현행법규 때문에 출품하지 못했다.
『막걸리의 공급구역제한 철폐안은 해마다 정기국회가 열릴 때마다 들먹이고 올해도 거론됐지만 우물쭈물 보류됐어요.「영세업자 보호」라는 미명이지만 이는 탁주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입니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이동막걸리가 현재 포천군 안에서도 2개 면에만 공급하도록 되어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않을 것이라고 한숨짓는 그는 공급구역철폐가 전통민속주 막걸리의 질적수준을 높이고 세계적 명품으로 도약시키는 지름길이뒵 고 말했다. 〈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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