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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무엇이다른가>3.행정에도 경제마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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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社(TI)와 싱가포르 정부기관인 경제발전국(EDB),그리고 日本의 캐논社와 美國의 휴렛 패커드社의 각 앞글자를 딴 반도체 생산회사인 TECH社.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이 회사의 총투자규모는 4억5천만달러(한화 3천7백억원).TI社와 EDB가 26%씩,캐논과 휴렛패커드社가 24%씩 출자했다.
그러나 투자조건을 보면 대주주인 싱가포르정부가 이익을 챙기겠다는 구석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수가 없다.
오히려 모든 지급보증이 싱가포르정부로 돼있고 회사경영도 이익이 나고 투자회수 전망이 서면 즉시 보유주식을 TI社에 넘기며,앞으로 10년간 법인세등 각종 세금을 면제하겠다는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건만 잔뜩 늘어놓았다.
91년이후 추진과정만 봐도 TECH社의 설립을 위해 3개 해외기업은 투자와 기술만 들여오고 부지 및 용수.전기등 기반시설확보와 회사설립등 온갖 귀찮은 일들은 모조리 EDB에서 담당했다. 더구나 TI社등 해외투자사들이 선정한 현 부지 인근으로 싱가포르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복합주거단지 Woodland로 이어지는 지하철 노선이 지나도록 돼있어 진동의 우려가 있자노선을 아예 우회토록 설계를 변경했다.
『21세기 생존조건은 첨단기술의 확보입니다.TECH社 설립을위한 행정의 융통성을 특혜라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싱가포르국민을위한 특혜겠지요.』EDB홍보책임자 앤코씨(高玉如.여)의 답변에특정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이 오 히려 무색했다.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선진국 행정의 모습은 규정에 얽매이지않는 행정의 탄력성과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소비자의식,더 나아가서는 경제성을 따지는 원가의식과 기업형 사고로 집약됐다.
日本東京 世田谷區에서는 장애인시설을 설치할때 공무원과 국민학생이 한조가 돼 직접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보도턱을 깎고 입구를 넓히는 설계를 한다.EDB에서는 해외 17개 사무소망을 통해 구인역할까지 해준다.싱가포르에 진출한 해외기업 이 요청하는전문가 외에도 학교교사.예술가등 세계를 상대로한 직업소개소 운영(?)으로 91년이후 실적이 3천여명에 이른다.
선진국 행정은 한마디로「유형이든 무형이든 이문 남지않는 일을하지 않는다」고 할만큼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진다.민간의 노하우나 기술.효율을 유도해야 할때는 철저히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손으로 규제를 풀고 지원을 하지만,관이 나서야 할 부분에서는 민간기업도 감히 엄두를 못낼 투자로 이익추구에 열을 올린다.
관민일체의 팀웍으로 日本주식회사를 끌고가는 日本통산성의 행정지도나 공공사업에서의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 85년12월 제정한일본의 규제완화 일괄법,86년3월 제정된 民活法(민간사업자의 능력의 활용에 의한 특정시설의 정비 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등이 전자의 예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판매하는 日本고베市나 행정시스팀 소프트웨어를 자회사를 통해 수출하는 싱가포르의 행정기관들,경제개발전담기구를 만들어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유럽 각국의시.도는 후자에 속한다.특히 최근 의 조류는 국영사업의 민영화못지않게 관사업의 민간기법 활용이라는 면으로 나타난다.日本 고베市에서는 아예 직원들을 해외나 전문기관 이외에 일반기업으로 연수를 보내 기업의 경영기법을 체험하도록 하는 연수 프로그램을두고있다.
70년대 중반 영국정부가 경제투자국(IBB)을 설립,지방정부별로 설치한 10여개 개발기구중 하나인 웨일스 경제개발기구(WDA)는 올해 사업비규모만도 1억7천1백만 파운드로 기업유치,각종 개발사업,부동산사업등으로 쇠락한 웨일스지방을 다시 살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85년 獨逸함부르크市가 외국인 회사유치를 통한 산업부흥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1백%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기관인 함부르크경제개발기구(HWF)는 서울.東京.홍콩.臺北등 아시아지역에 사무소까지 두고 매년 5백만마르크의 시예산을 쓰지만 『시는 정책을,우리는 일을 한다』는 사업책임자 리겔씨의 말처럼 행정이 접근할수 없는 민간분야에 파고들어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우수한 頭腦 스카웃 민간과 정부기관을 통틀어 3년 연속싱가포르 5백대 기업중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항공청(CAAS)이나 2위인 싱가포르 항만청(PSA)의 대차대조표에는 직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과 투자액 對 부가가치액의 비율을 기록할만큼 원가의식이 철저하다.
환경정책의 메카로 불리는 인구 1백만명의 日本 北九州市는 환경정책의 노하우를 패키지로 만들어 상품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이렇듯 행정이 유연하고 공무원들의 공복의식이 투철한 것은 왜일까. 그 답은 강력한 지도력과 지자체 또는 정부기관간의 건전한 경쟁,그리고 충실한 엘리트 충원으로 모아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대학 졸업예정자의 상위 10%는 스카우트형식으로 공무원으로 충원되는 것이 불문율로 돼있고,日本도 東京大법학부 졸업생중 우수한 인력은 1급 시험을 거쳐 통산성등주요부처 관리로 등용된다.
어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든 간에 공무원에 대한 대우가 대기업 수준을 넘는 곳은 없지만 최소한의 문화생활은 보장해주며 가장 큰 메리트는 업무를 통해 얻은 전문지식이 노후대책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日本기획청의 경우 퇴직간부의 30~ 40%가 대학교수로 취직하는등 정부산하 기관이나 연구소.대학교수로 변신,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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