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40~50대실업>中.재취업 하늘의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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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사회에서 40~50대 중년층 실업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이는 기업들이「효율적」인 경영관리를 위해 이 연령층을집중적으로 솎아내고있는 반면 인력시장의 기능 부재와 기업조직의배타성등으로 이들이 다시 일할 곳을 찾기가 극 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 연령층은 고도성장기를 맞아 기업들이 한참「볼륨」을 키우던 때에 입사,절대 인원 자체가 워낙 많았다.
그러나 성장이 주춤거리는 지금 부.차장등 중간관리층의 설땅이좁아지는데다 임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심한「병목 현상」을 빚게된 것이다.
가뜩이나「효율적 경영」「감량 경영」이 요구되는 시대에 신기술,신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는 계속 치고 올라오는데 임금수준에 걸맞은 생산성은 기대할 수 없어 결국 이들이 감원의 주된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1로 할때 45~55세 연령층의 임금은 생산직이 1.5,관리직이 2.
5에 이른다.
화이트칼러층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실업난을 겪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金榮培 經總 조사담당이사는『기업들은 대체로 45세이후 부터를「거르는 시기」(Screening Period)로 설정해 계속활용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하게 된다』며『이같은 정리작업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들에 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지못하는 우리 사회의 인력시장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도퇴직한 사람들은 놀고먹지 않으려면 재취업을 할 수 밖에 없다.그러나 경리.관리등 특별한 기술이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기대 수준」에 걸맞은 일자리를 구하기란 대단히 어렵다.전에 있던 직장에서의 낮은 경쟁력이 자리를 바꾼다해서 개선될리 없고 특히 화이트칼러의 경우 轉職을 위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데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체라는조직의 배타성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에는 대체로 공채 중심의「인맥」이 형성되어 있고 중소기업에는 도처에 혈연.지연등으로 이뤄진「끈」이 자리잡고 있어「굴러온 돌」이 박힐 공간은 거의 없다.
이때문에 일자리를 얻더라도 새직장에 적응하기가 쉽지않은 형편이다. 經總부설 인재은행 취업창구의 金康圭씨(31)는『지난달 취업알선을 의뢰한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40대 실업자는모두 15명이었는데 임금.직위.근로조건등이 맞지않아 지금까지 한명도 취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金秀坤 慶熙大교수(경제과)는『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동안 값싼 인건비 덕택에 고용 합리화에 대한 개념도,장기적인 인력수급이나재교육 프로그램도 없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써오던 폐단이 최근 중년층 실업의 증가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이 문제의 해결에는 그동안 수혜자였던 기업측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퇴직자 본인들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업무에 쫓겨온 탓도있지만 그동안 자기 계발을 대체로 소홀히했으며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안나갈 수도 있는」직장에서 나가고「들어갈 수도 있는」직장에 안들어가기도 한다.
K그룹 기조실에서 인사.노무를 담당하는 한 간부는『나 자신도퇴직의 위협을 안 느끼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그러나 우리 중년층들도「이미 이뤄놓은 것」에만 안주하려든건 아닌지,실력배양에 앞서 자존심만 앞세워온 것은 아닌지 한번 반 성해볼 필요가있다』고 말했다.
한편 延世大의대 高京鳳교수(정신과)는『중년층 퇴직자들로서 실업기간이 오래가거나 사업하다 망한 사람들이 가끔씩 우울증,가슴이나 머리의 통증,대인기피증등을 호소해온다』며『대부분이 다시 일거리를 찾으면 바로 회복되는 心因的 증상들』이라 고 말했다.
〈金東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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