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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디로가나>1.무혈 쿠데타 선언한 옐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이번 의회해산 선언과 현행 헌법 정지명령은 대통령에 의한 쿠데타 선언이라고 할수 있다.
현행 헌법과 인민대의원대회를 정지시키는 것을 골자로한 옐친의이번 대통령령은 91년8월의 보수파에 의한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러시아 땅에서 벌어진 가장 강력한 정치적 변동이며 그 결과도 91년8월 사태만큼이나 파장이 클것으로 보인 다.
또한 옐친의 이번 도박이 이미 법적인 해결책을 포기하고 물리력을 기초로한 힘의 해결책을 찾는 시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방향도 예측불허라고 할수 있다.
옐친은 이번 선언을 통해 그동안 러시아에서 벌어진 권력의 공백현상을 극복하고 개혁과 민주화를 가속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선언은 반대로 더욱더 큰 혼란을 러시아에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의회및 보수세력이 옐친의 선언에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며 옐친의 선언 자체가 법에 기초하고 있지 않은데다 이미 현행 헌법상 옐친은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옐친의 선언직후 의회와 보수파들은 자신들의 지지세력과국민.군부등을 향해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했고,대통령의 권한이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에게 승계됐음을 선언하고 옐친의 명령에 불복종할 것을 결의하는 결의안을 채택,정부와 의회는극한 대결로 들어갔다.이는 그동안 양측의 불화로 볼때 예상된 당연한 상황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옐친측은 이미 이러한 사태에 대한 준비를 갖추고 자신들의 지지세력들을 끌어모아 물리적 대응을 준비한 상황이기 때문에사태의 긴장도를 더욱 더 높여가고 자칫하면 무력충돌등 물리적 대결까지도 예상된다.
때문에 사태는 이제 누가 국민 여론과 軍등 치안유지기관들의 지지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
옐친은 이번 사태를 앞두고 자신이 믿을수 없다고 판단한 빅토르 바라니코프 보안부(舊KGB)장관을 해임했고,러시아 최고의 위기관리 기관인 보안위원회 위원장에도 고향친구이자 핵심측근인 올레그 로보프를 임명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또 최근 한달새모스크바 교외에 주둔한 제르진스키 사단등 군부대를 방문,자신에대한 충성을 다짐하게 하는등 군부에 대한 지휘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는 알렉산드르 루츠코이와 블라디미르 슈메이코의 독직 공방을 이용해 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대통령령을 발동,이 부분에서도 치밀한 계산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회는 이미 지난 19일부터 옐친의 이와같은 선언이 나올것을예상해 인민대의원들과 지방 소비예트의원들에게 대응지침을 마련할것을 지시했다.의회도 자체경비 의회수비대를 2천여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군부 출신으로 보수파및 민족주의계 세력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츠코이가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군부의 향배가 반드시 옐친에게 유리하다고 할수 없다.
따라서 모스크바의 분석가들은 최악의 경우 의회및 그 지지세력의 반발,법적으로 대통령을 승계한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의대통령권한 행사등이 옐친및 그 지지세력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어 내전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러시아의 복잡한 상황이 여러가지 내부적인 변수때문에 어떤방향으로 진행될지는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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