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는 작은 시인-선천성척수기형 앓는 황용순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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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난치병에 시달리면서도 천진난만하게 詩心을 불태우던 어린 천재 시인 黃勇淳군(17)이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힘없이 꺼져가고 있다.
서울노원구중계동 8평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살면서 선천성 척수기형과 다리 기형.방광염등 갖가지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黃군은빨리 수술을 받지 못하면 병세가 온 몸에 퍼져 전신 마비가 올운명에 처해 있다.
하지만 평생 노동일을 하다 병을 얻어 실직중인 아버지(56)와 월 50만원씩 받고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55)로서는 최소한의 수술비 1천여만원도 구하기 불가능한 상태다.
黃군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에서는 빨리 수술만 받으면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부모는 신경장애가 확산돼 서서히 온몸이 굳어져 가는 아들을 눈물로 그냥 바라다 볼 수밖에 없는처지다.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黃군은 지난해 11월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로『소멸을 위한 전주곡』(도서출판 쉼)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판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또 90년 전국 장애인대회 문예부문에서 대상인 보사부장관상을 수상하는등 국민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10여개의 상을 받는 천재성을 보여왔다.
黃군은 정상인보다 척추 길이가 긴 척수 기형을 갖고 태어나 이로인한 각종 합병증에 시달려 왔다.
국민학교때는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신경성 방광염이 생겨 계속기저귀를 차야 했고 몇년전부터는 다리까지 기형으로 변하면서 제대로 걷지 못해 결국 지난 91년 高1을 중퇴하고 말았다.
IQ가 1백40이라는 어린 시인은 신체적 불구에도 학교 성적을 항상 상위권으로 유지했고 시를 쓰면서 아름답고 밝은 생각을가지려 노력했다.黃군은「신께서 선물해 주신 업보」라는 시에서 자화상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눈물이 흐릅니다/이를 악물어 봅니다/바람은 길게 자란/머리카락을 빗질해줍니다/사랑받을 수 없는 이 몸은/너무도 차갑게 식어버려/사랑의 의미를 잊어버렸습니다- 그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주위 사람의 온정도 훈훈하게 밀려왔다.黃군이 살고 있는 중계3동 8통장 崔敎基씨(38.보험외판원)가 중심이 돼 모금 운동을 별여왔지만 이 지역 자체가 워낙 영세촌이라 수술비를 마련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또 간호사 출신인 중계3동 洞長 金鍾淑씨(56)의 주선으로 알게된 신경외과 曺炳圭,간호학과 尹順寧 교수등 서울대병원 교수진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술해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오기도했다. 「시학」을 즐겨 읽고『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감명받았다는 黃군은『꼭 이 병마를 이겨내고 대학에 들어가 독일.프랑스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李圭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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