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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마다 가시방석/재산태풍에 누가 다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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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민자 1,2차 격차 큰 10여명 초점
여야의원중 재산공개결과 1차 문제가 되고있는 의원은 지난봄 공개때 상당수 재산목록을 빠뜨린 민자당의원 10여명이다. 사류검증 과정에서 우선 눈에 띄기 때문에 다른 사안보다 먼저 소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김동권의원이 17건 1백12억7천만원으로 액수가 가장 많고 박규식의원의 경우 액수는 86억9천만원어치이고 누락물건수는 54건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노인환(7건 1억7천만원)·양정규(7건 3억8천만원)·김영광(1건 9천만원)·남평우(5건 2억3천만원)·윤태균(3건 16억7천만원)·이환의(3건 1억9천만원)·김채겸(1건 16억2천만원)의원 등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해당의원들은 한결같이 고의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종중땅(박규식·남평우의원) 또는 타인과 공동명의(윤태균의원)여서 제외시켰거나 장인소유(김영광의원),학교법인에 출연한 재산(이환의의원)이라 포함시키지 않았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양정규의원은 『매각했으나 잔금을 아직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며 노인환의원은 『저당잡힌 물건으로 사실상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동권의원은 『1차신고때 개인기업체 신고는 안받아줬다』고 말하고 있으며 박규식의원측은 『땅이 워낙 많아 정확히 챙기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공직자출신중 거부들의 재산형성과정 ▲공직이용 사전정보활용 ▲공직이용 이권개입 ▲금융재산 누락 ▲위장전입 등 부동산투기 ▲상속·증여세 탈세혐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상당수 의원들이 문제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쪽은 민자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의 추적이 본격화된다해도 소속의원들의 재산이 민자당이나 다른 공직자에 비해 규모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며 질적으로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고 1차공개때 문제의원들이 여론에 두들겨 맞을 만큼 맞았기 때문에 심각한 추가 질타는 없을 것으로 믿고있다. 부동산 재력가인 이경재의원,보유부동산이 50만평에 달하는 신진욱의원,국종남의원 등에 대한 여론의 시각변화에 신경을 쓰는 정도다.
또 일부 돈많은 의원들이 예금이나 현금신고가 신통치않은 점을 들어 동산쪽에서 문제가 터질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원 처리강도를 놓고 여권지도부는 몹시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의 전례와 이미 시작된 정부고위공무원에 대한 처벌과 형평,그리고 여론을 의식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보선부담 등 현실론에 입각한 온건론이 맞서있다.
이미 징계를 위해 필요한 준비는 다 되어있다고 한다. 의원들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공개당시 징계에 필요한 자료를 거의 대부분 축적해놓았기에 별도의 실사작업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치않다는 것이다. 다만 어느 선까지 징계할 것인가라는 결정만 남은 것이다.
물론 결정은 최종적으로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의 몫이다. 당직자들이 징계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않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확실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내려지기만 하면 정리된 자료에 따라 처벌대상의 폭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모든 참고자료를 쥐고있는 대통령의 최종결단에 남은 결정변수는 결국 여론일 것이다.
◎경제부처/건설·세무관료들 “은닉”제보 봇물
재산공개와 관련해 경제부처에서도 몇명은 그만두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재무부의 경우 일부의 재산공개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그중에는 요지의 땅을 매입한 경우도 있어 윤리위원회의 판정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공부 산하 일부 청에서도 요소 요소에 부동산을 매입한 인사가 투기의혹을 사고 있으며,건설부와 국세청 일부 관료에 대해서는 재산을 숨긴 것 같다는 제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씨티은행에 5천만원을 부인명의로 예금해 놓은 홍재형 재무장관의 경우 씨티은행에 다니던 딸의 권유로 이 은행에 저축했으며 역시 부인명의로 2천5백만원을 예금한 임창열 재무부 제2차관도 홍 장관의 부인권유로 같은 은행에 예금한 것이라고 해명에 진땀.
○…중앙부처와는 달리 각종 공사와 국책은행 등 정부 투자 및 출연기관 주변에서는 70여명인 재산공개 간부중 적지않은 수가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와 관련,「물갈이」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대두.
이에따라 물갈이 폭이 중앙부처보다 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관계자들이 초조해 하는 한편 중간간부들은 뒤켠에서 승진인사를 기대해 흉흉한 분위기.
한 정부 부처의 관게자는 『정부투자 기관들이 안고있는 비효율성의 문제와 일부 간부의 「축재」는 흘려버릴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물갈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괴거처는 부동한 투기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일부기관장들의 용퇴(?)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본인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끝난 후의 연임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공개대상 기관장중에서 내년봄으로 임기가 끝나는 박승덕 표준연구원장과 천성순 한국과학기술원장에 대해서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복도여론」이 난무.
○…체신부 4명,한국통신 4명 등 8명의 재산공개 대상자중 실사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진 대상자는 한국통신의 박양호감사와 김상국 제1부사장 등 2명. 이중 박 감사는 60년대 서울 수유리의 갑부로 소문났던 황수희씨의 사위로 부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이처럼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고 하소연. 또 김 부사장은 대구 부자였던 부모로부터 분배받은 대구의 땅에 섬유공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팔고 서울 강남에 땅을 사둔 것이 화근(?)이 됐다고 푸념.
○…보사부 일반직원들은 보사부 1급이상 직원들의 재산액이 다른 부처에 비해 비교적 많게 나타난데다 비공개 직원들중에도 상당한 재산가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실사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의 공직자의 금융자산에 대해서도 ▲특정인이 특정점포에 갖고 있는 예금계좌를 ▲또는 본인의 동의서를 받아서 본점은 물론 지금까지 특정인이나 가족의 모든 예금계좌를 조사하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지자 그렇지 않아도 실명제에 따른 업무로 일이 많던 참에 더 늘어나게 됐다며 걱정이 많은 상황.
금융계는 상당수의 공직자가 갖고 있을 것으로 본 양도성예금증서(CD)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공직자가 5명밖에 안되고 만기가 됐는데도 찾아가지 않는 CD가 많은 점에 비춰볼 때 자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전망.
◎비경제부처/외무부 5∼6명 의혹… 경찰 “파랑주의보”
행정부가 공직자들에 대한 재산조사를 본격화하자 부동산 투기혐의 등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실이 중심이 돼 수석비서관 9명을 포함,1급이상 공개대상자 30명의 재산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정옥순 여성담당비서관과 경찰청소속으로 되어있던 박노영 치안비서관은 이미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자진사퇴했다.
한 관계자는 『10억원이하라 할지라도 일단 한차례는 문제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작업결과 의외의 돌출건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외무부에선 김정훈 주파키스탄 대사를 비롯,이승환 주그리스대사·최웅 주폴란드대사·김기수 본부대사 등 5∼6명이 전국 각지에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어 투기의혹을 사고 있다.
이들중 김 파키스탄 대사의 경우 서울 청담동·양재동에 대지 2군데,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0평형·아시아선수촌 아파트 60평형 등 아파트 2채,임야 6건 등 모두 14건의 부동산을 갖고있으며,이 대사도 성남·안산등지의 임야와 서초동의 상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해명을 통해 ▲외국근무때 재산관리 수단으로 땅을 사두었다거나(김정훈) ▲선대로부터의 상속(김기수·이승환) 등을 재산과다 보유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외무부는 인사조치 대상자들에게 소명기회를 주면서 자진사퇴를 유도할 계획이나 불응할 경우 윤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를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부처에 비해 월등히 낮은 재산보유 실태를 나타낸 국방부는 이번 재산공개로 이택형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중장) 등 몇몇 장성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대체로 느긋한 표정.
현역장성 가운데 최고치인 12억4천5백여만원을 등록한 이 본부장은 잡다한 부동산 소유로 의혹을 받고있는데 이 때문에 재산공개 직후 한때 군수사기관의 내사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 중장이 의혹을 사고있는 것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임야 ▲주택 ▲상가 ▲대지 등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는 점인데 일부에서는 부인이 위장전입을 해가면서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및 실사 등과 관련,경찰청은 정부내 어느 부처보다도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
이는 지난 7월 재산등록이 시작되면서 나름대로 내사차원의 실사를 해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었으나 막상 공개결과 박노영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사직케되고 송해준 전남청장이 투기혐의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여파가 만만치않기 때문.
이와관련,경찰 내부에서는 『공개대상자 29명의 재산평균이 타부처보다 훨씬 많은 10억원대인 것은 외견상으로도 일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새정부출범후 경찰 고위직만이 사정의 무풍지대였던 점을 감안해볼때 재산공개와 관련,경찰조직에 한바탕 풍파가 일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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