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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일본 내각의 야스쿠니 참배 영구 중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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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각료 전원이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 항복한 이 날이 되면 많은 일본 각료는 이 신사를 참배해 왔다. 군국(軍國)주의를 숭상하는 대표적 종교기관인 야스쿠니에, 패전 후 처음으로 각료 전원이 참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정략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역사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말과 행동이 시류에 따라 자주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파 인사다. 일본군 위안부를 부인했었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런 그가 지금 안팎으로 몰려 있다. 일본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하원은 얼마 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지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내 참의원 선거에선 참패했다. 그의 총리 사퇴론도 강하게 나왔다. 그래서 궁지에 몰린 그가 한국·중국 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제가 패망한 지 62년이 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다. 과거 일제 침략의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기업·야스쿠니 등을 상대로 내는 강제노동 보상 등의 소송도 끊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솔선수범해 잘못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 뒤에도 아직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감추거나 왜곡하는 것은 일본에도 큰 손실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역사 문제로 인해 많은 망신을 당해 왔다. 호주·캐나다·필리핀 등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질타하는 의회 결의문을 채택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이 국력에 걸맞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영향력이 없는 것도 역사인식과 무관치 않다.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 포기가 진실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이번 결정이 한 차례로 끝나선 안 된다. 나아가 철저한 역사 반성과 실천을 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