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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증언장소싸고 공방(국정조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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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 “사흘엔 반대” 권 국방 하루만 증언키로/“해외체류 증인들 귀국조치하라”야 공세
14대국회 첫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31일 건설위의 4개 정부부처 방문,문서검증을 시작으로 본격 착수됐다.
○…건설위는 국정조사 첫날인 31일 「평화의 댐」건설과 관련된 안기부 등 4개 정부기관을 방문해 자료를 검토하고 즉석에서 질의 응답도 가져 절차문제에 매달려 티격거리는 국방위보다 발빠른 진행.
건설위의 여야의원들을 4개반으로 나눠 이날 오후 안기부·감사원·국방부·건설부 등을 방문,일제히 문서검증을 실시.
안기부는 이재환의원을 단장으로 임사빈·최재욱(민자) 이석현·하근수(민주)의원,감사원은 곽정출(단장) 이상재(민자)·오단(민주)·장경자(새한국당)의원,국방부는 안찬희(단장) 김호일·송천영(민자) 제정구·최재승(민주)의원,건설부는 구자춘의원을 단장으로 이웅희(민자) 김봉호·김옥천(민주) 이자헌(국민)의원이 각각 담당.
○독단 결정에 초점
안기부에서 야당의원들은 북한이 금강산 댐 건설과 관련해 수공위협 정도를 어떻게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와 전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야당의원들은 전 전 대통령의 「평화의 댐」건설 정책결정이 안기부의 보고를 무시하고 정권유지 차원에서 독단적으로 내려졌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안기부 공보실은 이날 문서검증에 앞서 취재진의 출입을 금지하고 방송도 자신들이 찍은 자료를 배포키로 국정조사위원들에 통보하는 등 과거의 성역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역력.
또 감사원에서는 그간 감사원이 「평화의 댐」 건설에 대해 특감을 실시한 자료를 정밀분석했으며 전 전 대통령의 감사원 질의 회신내용도 점검했다.
이에 앞서 의원들은 이들 4개 정부부처와 수자원공사·한전 등에 국정조사 활동에 필요한 3백49건의 서류제출을 요구했는데 제정구·이석현의원이 각각 85건의 자료를 요청,두사람이 총 요구자료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국방위는 이날 오전 여야 간사회의를 열고 증인·참고인 조사일정을 최종 확정했는데 구속수감자에 대한 증언장소를 둘러싸고 한동안 논란.
민주당측은 조사시일 촉박과 효율적 조사를 이유로 『반드시 국회로 불러내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민자당측이 절차가 번거롭고 인의차림이 외관상으로도 덜 좋다는 이유를 들어 『구치소를 방문해 진술을 듣자』고 맞섰다.
채택된 증인·참고인중 수감중인 사람은 율곡사업에 이상훈·이종구 전 국방부장관과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학산실업 대표 정의승씨(이상 증인) 및 정용후 전 공군 참모총장 등 국방위쪽이 5명이며 건설위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포함해 모두 6명.
법무부측도 『증인들을 국회로 호송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민주당측 주장을 반대.
한편 율곡사업 증인으로 채택된 권영해 국방장관은 국방위가 한국형 전투기사업·전차사업·잠수함사업 등 3개 조사안건을 6일부터 하루씩 조사키로 함에 따라 전직 국방부차관·기획관리실장 자격으로 당초에는 사흘연속 증언대에 서게 됐다.
그러나 『현직 장관을 계속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민자당측의 보호덕분에 권 장관은 6일 하루만 증언하는 것으로 낙착.
○…국정조사 활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해외 체류중인 증인·참고인의 출석여부가 관심거리로 등장.
현재 국방·건설위에서 파악하고 있는 해외 체류증인은 ▲율곡사업과 관련된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마종인 전 GD사에 이전트 ▲12·12관련 정동호의원·박희도 전 육참총장 ▲평화의 댐과 관련한 허문도 전 통일원장관·박정기 전 한전사장·이희근 전 수사원공사사장 등 모두 7명.
이중 12·12당시 청와대 경호실장대리였던 정 의원은 지난봄 재산공개 파문으로 민자당을 탈당한 직후 출국,현재 대만의 한 대학에서 연수중이고 허 전 통일원장관도 일본에 머물며 연구생활을 하고 있다.
박 전 육참총장은 『12·12의 공소시효가 끝나는 내년 12월까지는 귀국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족과 함께 출국해 버렸다는게 강창성의원(민주)의 설명.
민주당은 이들 증인들에 대해 귀국조치토록 해야함은 물론 국내에 있는 나머지 증인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토록 해야한다고 요구. 반면 민자당측은 소관상위에서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다소 소극적인 입장.
물론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12조 1항).
그러나 이들이 처벌을 감수하거나 회피하면서 이에 불응할 경우 현실적으로 증언대에 세울 방법이 없다.
○생중계 이해갈려
○…여야는 국정조사의 방송생중계를 놓고 서로의 손익계산이 엇갈려 소모전 성격의 공방을 계속.
민주당은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중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들도 생중계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여론조사를 실시해 증명하겠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31일 강재섭대변인 논평을 통해 『생중계여부는 방송사의 고유권한이지만 자칫 일부 의원들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변칙적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고 반대했다.
○…국정조사가 착수됨에 따라 여야도 대책회의 등으로 부산한 움지임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31일 야당의 집중공세가 예상되는 국방위에서 황명수 사무총장과 김종호 정책위의장 등을 빼고 육사 13기로 국방부 기획실장을 지낸 민태구의원과 소련공사를 지낸 이강두의원으로 교체.
○최고위원 대기령
민자당은 또 실무차원의 지원을 위해 이성호 수석부총무 팀장에 국방·건설정책 전문위원과 의원국 요원들로 구성되는 국정조사 지원팀을 구성,관계자료 정리와 질의자료 수집에 기민하게 대처키로 했다.
민자당은 『민주당의원들 중에는 군문제에 해박한 장군출신이 많고 당차원에서도 많은 제보를 받아 상당한 공세가 예상된다』는 신상우 국방위원장의 우려에 따라 뒤늦게 대책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예정된 중앙당의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국정조사 기간중에는 전 최고위원들이 국회에 상주토록 하는 등 이번 국정조사에 당력을 총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의원들도 13대 국회의 「청문회 스타」를 상기하며 『한두사람의 활약여하에 따라 당의 국민적인 인기가 오르내릴수도 있다』고 칼을 갈고 있으며 타상위소속의 일부 의원들은 지원단이나 국정조사위원에 자신의 명단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아울러 5일간의 짧은 국정조사 증언청취시간에 비해 증언·참고인은 너무 많이 선정해 효과가 의문이라는 여론이 일자 일정연장과 국정감사와의 연계 등을 추진하는 등 「부실조사」에 대비한 사전포석도 겸비.
이기택대표는 31일 『민자측의 비협조로 증인출석이 기피되고 짧은 일정상 국정조사가 마무리 안되는 상황이 오면 국정조사 일정을 연장할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이상언·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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