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분할 진통거듭/“태풍의 눈” 일 연정 정치개혁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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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정 주도권 놓고 연종연형 가속화/자민은 지연전술… 정권붕괴 점쳐
7당1당파로 구성된 일본 연립여당이 27일 정치개혁 관련법안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정치개혁안이란 공통분모를 실현,연정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타협과정에서 사회당·일본신당·사키가케가 뭉치고 신생당과 공명당이 같은 보조를 취해 앞으로 연정내 주도권을 둘러싼 상호 연종연형이 주목된다. 또 이들의 정치개혁 관련법안에 자민당이라는 과반수에 육박하는 거대야당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에 따라 정국이 재개편의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당내에서 총선참패로 심한 도전을 받고 있는 야마하나 사다오(산화정부) 사회당 위원장의 재선여부도 연정과 정치개혁법안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각 2백50명,1인2표제 등은 사회당과 일본신당,사키가케가 강력히 주장했다.
이들은 전선거구에 후보자를 낼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1인1표제가 되면 후보를 못낸 지역의 경우 그 지역에서는 비례대표 지지표를 1표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사회당이나 일본신당 등은 고정적인 지지층이 있으므로 전국을 단위로 한 1인2표제의 비례대표제가 될 경우 살아남을 수가 있다. 이들은 신생당 주도로 흡수통합돼 보수양당제가 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은 의원정수도 소선거구,비례대표의 수를 똑같이 2백50여멍씩 하자고 주장했다. 신생당은 우선 연정의 붕괴를 막고 양대 보수정당제는 서서히 시간을 갖고 추진하자는 생각에서 선거제도 문제에 양보했다. 신생당과 공명당은 소선거구 3백명,비례대표 2백명에 1인1표제를 주장했었다. 자민당과 선거기반이나 선거방식이 같은 신생당은 기업·단체의 전면 헌금 금지는 견디기 힘들다. 반면 사회당은 노조,일본신당과 사키가케는 바람에 의존하는 선거를 치르므로 기업·단체의 정치헌금 폐지를 주장했다.
결국 정치헌금 부분에서는 사회당 등이 양보,절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기업·단체의 정치가 개인에 대한 기부는 전면금지하되 정치단체와 정당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키로 했다. 다만 폐지의견을 고려,5년후 재검토한다는 선에서 사실상 기업·단체의 정치헌금을 전면 인정했다. 연정측은 기업과 정치인의 유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민 1인당 5백엔씩 6백억엔의 자금을 국고에서 득표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지원해주기로 했다. 기업·단체의 정치헌금을 인정하면서 막대한 국고지원까지 한다는 것은 앞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을 것 같다.
연정측은 선거포스터 작성·신문광고·선전엽서 등 지금까지의 선고공영제를 한층 확대키로 했다. 또 연좌제를 강화,사설비서의 선거법 위반에도 5년간 입후보를 제한키로 했다.
이밖에 중선거구에서 소선거구제로 되므로 선거운동이 덜 과열된다고 보고 호별방문을 허용하고 소선거와 비례대표의 중복 입후보를 허용키로 했다. 한편 자민당은 소선거구 3백명,비례대표 1백75명에 1인1표제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 법안성립을 지연시켜 연립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또 실제 선거제도 개혁을 원치않는 세력이 다수다. 따라서 연립여당이 정치개혁 실천을 위해 자민당과 연립여당안을 수정하려는 움직이 이 일 경우 소선거·비례대표 병립제에 반대하고 있는 사회당의 좌파를 자극,연정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정치개혁법안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자민당내 개혁세력이 당을 뛰쳐나와 신생당 등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사회당 분열도 예상된다. 앞으로 선거구 분할 등 난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국은 또 한차례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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