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넘게 해외체류 김승연 「한화」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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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피성」이냐… 업무 출장이냐…/재계 일부선 사정·재산분쟁영향 추측/그릅측 “정유공장등 계약문제로 늦어”
한화그룹의 김승연회장(41)이 28일 현재 1백23일째 해외출장중이어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28일 출국한뒤 지금까지 한번도 귀국하지 않고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며 업무를 보고있어 대기업그룹 총수로 「한번출장으로 가장 오랫동안 해외에 머무른」 새 기로기을 수립했다.
경제계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초기 터져나온 LAL호화주택 구입 스캔들 등 사정에 대한 위기의식,동생(호연·38)과의 재산 분쟁심화 등으로 「도피성 출장」을 갔다가 귀국 타이밍을 놓친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뛴다.
그룹측의 주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그동안 카자흐공화국에서 그곳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대한 자문과 3천만달러 규모의 전자교환기(TDX) 공급건을 성사시키고 헝가리에서 라면공장 합작건을 추진한뒤 6월26일 그리고 아테레로 건너가 지금까지 줄곧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그리스는 현재 신민주주의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과거 사회당 정권이 국유화했던 주요회사들에 대한 민영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김 회장은 이에따라 현지 정유회사인 EKO사와 HAR사(두곳 합해 일산 20만배럴 규모)를 인수키위해 그리스이 고위 정책결정권자들과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그리스 총선이 얼마남지 않아(10월말께) 만약 정권이 바뀌며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정성들여 쌓아온 탑이 무너지게 되므로 총선전에 계약체결을 서두르느라 잠시도 현장을 비울수 없는 처지라는 주장이다.
그룹측은 또 김 회장이 지난 1월 인수한 아테네 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룹의 경영혁신운동인 PRO­2000 신풍운동을 도입하고 매일 두명씩 현지 임직원고 면담하는 등 관련작업을 진두지휘하느라 더욱 바쁘다는 것. 김 회장은 지난 7월2일 김 대통령과 30대그룹 총수들의 회동때도 이같은 사정을 박재윤 경제수석에게 알리고 사전양해를 구해 불참했으며 같은날 23일에는 선친(현암 김종희 선대회장)의 12주기 추모식을 현지 성당에서 갖기도 했다고 그룹측은 또 『어쨌든 정유공장 인수문제는 곧 결말이 나며 김 회장은 늦어도 9월 중순까지 귀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장을 비울수 없는 사정도 있겠지만 김 회장 본인으로서는 도피성 출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화끈한 성과를 올리지 않고는 귀국할 수 없다는 부담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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