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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주 아시아인/사기 「덫」걸려 가산 탕진 속출(지구촌 화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무허 투자회사 꾐에 빠져/거액 날리고 자살 소동도
최근 아시아계 이민들이 많이 사는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한몫 벌게 해주겠다』는 비공인 투자회사들의 꾐에 빠져 수만달러를 날린 사례가 속출,교포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역만리 고향을 떠나 돈좀 벌어보겠다고 미국에 와 식당업·야채상 등으로 고생하면서 어렵사리 번돈을 허망하게 날려 심지어는 자살미수 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본느 두씨(47·여)는 중국 화학자. 그는 85년 남편·아들과 함께 뉴욕 롱 아일랜드로 이민왔다. 그런데 화학자로서 종일 근무하는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 스탠더드 포렉스라는 외환거래회사의 훈련생.
이때 그는 회사 사람들로부터 『겨우 2∼3%의 이자를 받고 왜 돈을 은행에 썩이느냐. 회사에 투자하면 가진 돈을 두세배로 불릴 수 있다』는 권유를 듣고 가족저축금 5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 돈은 금방 바람속의 먼지처럼 날라가 버렸다.
맨해턴 한 음식점의 주방장 젱 밍 후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 친구가 『큰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말해 역시 외환거래회사에 2만4천달러를 투자했다가 몽땅 잃었다.
이 두사람 모두 공인받지 않은 환딜러의 달콤한 말에 현혹돼 투자했다가 망한 경우다.
『어떤 사람들은 가진 돈을 모두 날리고 상심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두씨의 하소연.
이곳 검사들은 이런 사태와 관련,『투자회사들은 주로 중국 이민자들을 겨냥합니다. 왜냐하면 홍콩에서 환투기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이민자들은 자기들이 합법적인 딜러들과 거래하고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고 말한다.
사법당국이 소개하는 유인사례는 이렇다.
「한국말이나 중국말로 된 신문광고를 통해 주급 6백달러와 거래실적 커미션을 준다며 브로커 훈련생을 모집한 다음 고용조건으로 최소 5천달러를 투자토록 한다.
「고용인들은 기초 훈련만 받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최소 1만달러 투자유치해야 보수를 받으며 많은 커미션을 위해 거래를 자주하도록 시킨다」.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고객들을 속이며 급작스런 손실을 빨리 보전하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더 돈을 투자토록 고객들에게 일종의 협박을 가한다」 등.
당국은 캘리포니아의 한 회사가 이런 방법으로 지난 2년만달러를 「빨아 들였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투자회사들이 홍콩에 있는 외환거래회사나 중국정부대리점 등과 연계,미국에서의 투자금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당국은 주장하고 있다.
어떤 검사들은 또 『몇몇 투자회사들은 비아시아계까지 투자유치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실명제파동을 겪고있는 한국도 투자사기의 대상이 될 법하다.
피해를 본 사람들은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보복받을 것이 두려워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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