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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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루브르 박물관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본 화가는 단 세사람밖에 없다. 조르주 브라크 전시회가 죽기 2년전인 79세때(1961년) 열렸고 피카소 전시회 역시 죽기전 2년전인 90세때(197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렸다. 그 세번째가 77년에 열린 샤갈 특별전이다.
마르크 샤갈 90세의 영광이 이뤄지던 날,루브르의 플로르 전시실에서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개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샤갈의 90회 탄신 기념일에는 로마교황이 축하메시지를 보냈고 샤갈이 살고있던 남불 생폴 드 방스 마을의 어린이들은 샤갈풍의 그림을 들고 환영 축제를 벌였다. 그날 금세기 최고의 첼로 연주자 로스트로포비치가 샤갈의 집에서 축하 연주회를 열었다.
러시아 비테보스크 출신의 무명 화가 지망생이 한마디 프랑스어도 모른채 모국어인 이디시어와 고향의 풍경과 꿈만을 안고 파리로 왔다. 루브르박물관이 없었던 그의 파리생활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샤갈은 루브르박물관을 한바퀴 돌아본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그의 자서전은 적고 있다. 그후 70년 그는 구경꾼이 아닌 자신의 미공개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루브르를 다시 찾은 것이다.
90회 생일을 맞던 날 뉴스위크 기자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감회는 없는가』라는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대해 샤갈은 『내 앞에 수백년이 있었고 뒤에도 수백년이 계속될 것이다. 모든 해답은 나의 그림 속에 담겨있을 뿐이다』는 명답을 남겼다.
샤갈의 그림은 대체로 세가지 주재로 이뤄진다. 그가 청년기에 떠나온 고향 비테브스크의 풍경과 뿌리를 잃고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지붕 위의 삶 풍경이 그중 하나다. 『비테브스크 위의 누드』가 그 대표작이다. 두번째 주제가 그의 영원한 연인이었던 첫번째 아내 벨라를 연상케하는 여인이다. 『결혼식』 『검은 장갑』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세번째 주제가 성서다.
성서는 샤갈에 있어 선험적 예술의 원천이라 할만큼 그의 작품은 성서적이다. 『야곱의 꿈』 『출애급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고향에 대한 끝없는 향수,아름다운 연인에 대한 깊은 사랑,성서를 통한 끊임없는 대화 등 인간의 가장 원초적 기원을 말하는 「사랑과 향수의 세계 샤갈전」이 지금 호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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