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1차 회담 경험 전수" 노 대통령·DJ 만남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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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 간의 만남을 검토하고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선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생생한 경험과 지식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7년 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2박3일간 정상회담을 한 DJ에게서 경험담을 듣는 건 자료 이상의 가치가 있다. DJ는 당시 53시간 동안 평양에 체류하면서 55분간의 차량 동승을 포함해 김 위원장과 얼굴을 맞댄 시간만 10시간에 이른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공식 일정이 잡힌 건 아니지만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수준에서든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경험과 의견을 들을 생각"이라며 "다만 일정상 문제가 있어 노 대통령이 직접 김 전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이 확정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회동 시기와 장소 등을 놓고 내부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상회담준비기획단장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1일 오전 DJ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가 조언을 받을 예정이다.

정상회담을 불과 18일 남겨놓고 청와대 비서들 사이에선 1차 정상회담 때의 자료가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으로 자료가 방대하고 구체적"이라며 "미처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DJ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그 의미는 경험담 전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취임 초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이며 소원해졌던 관계를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노 대통령 입장에선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 수 있다. DJ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못 한 대통령이 돼선 곤란하다"며 정상회담 정례화를 주장해 왔다. 특히 노 대통령과 DJ의 만남은 항상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는 점에서 범여권 통합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양측의 의도와 무관하게 12월 대선을 앞두고 공동 전선을 펼치는 모양새를 연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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