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먹구름이 걷힌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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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0일 가까이 분규가 지속되면서 급기야 긴급조정권까지 불러왔던 현대자동차의 분규가 노사합의로 풀리게 됐다. 잘못하면 전체 나라경제의 발목을 잡고,특히 신경제계획을 초기에 좌초시킬지도 모를 암초가 될뻔 했다.
잘된 일이다. 그동안 애쓴 노사 양측과 정부관계자들의 노고에 우리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이제 장마도 끝나가고 울산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개어 맑은 하늘이 나오려 한다. 현대자동차 이외에 아직도 분규를 계속하고 있는 다른 현대계열사도 조속히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먹구름이 걷힌 후의 정상회복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느슨해진 작업분위기와 그동안 서먹서먹해진 경영진과 근로자 관계가 다시 한식구라는 연대감으로 끈끈하게 회복돼야 한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각오로 이전보다 더 생산성을 높이고 하나라도 더 불량률을 줄인다는 각오로 맡은 일에 임해야 할 것이다.
왜 유독 현대계열사에서 대형 분규가 지속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정확한 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차분히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이 문제에 접근하기에 앞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부가 노무관리를 점검하겠다고 앞장서는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현대 경영진과 합의하여 중립적인 관계전문가에게 실무용역을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정부가 특정기업의 내부경영 방침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제까지 현대가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경영전략,특히 조직관리 혹은 기업문화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한번 반성해 봄직하다. 현대계열사들은 작업의 특성상 다소 분위기가 거칠고,어떤 점에서는 이런 분방하고 야성적인 측면이 현대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지역에 대형작업장들이 모여 있는 데다 하나하나가 구조적으로 폭발성이 강한 노무조직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만 해도 작업조직이 치밀하게 관리되는 체계라기 보다는 도급제적인 체제를 갖고 있다. 이는 생산성을 올리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분규가 발생한다든지 하면 기업 자체에 대한 귀속감보다는 개별적 혹은 집단적인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같은 구조는 직업적인 강성 노동운동가들이 노동자를 조직하여 투쟁하게 하는데 좋은 토양이 된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노조는 긴급조정이라는 현실의 벽을 의식하고 일단 명분을 챙긴채 협상안을 투표를 통해 받아들였다. 아무쪼록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일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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