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여자역 단골 캐스팅 탤런트 송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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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작년 여름 개봉된 영화 『장군의 아들2』에는 김두한의 젊은 시절 애인이었던 송채환이란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감옥에 있는 김두한을 구해내기 위해 일본순사에게 몸을 바치고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임권택 감독은 실존인물이었던 이 여인의 비극적 이미지를 고스란히 지닌 인물을 현역 배우 중에서 찾지 못하고 신인을 공모한다. 이때 2천4백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발된 이가 탤런트 송채환(25)이다. 본명은 권소연이지만 『실제인물의 이미지와 너무 흡사하니 송채환이란 이름을 쓰는게 어떻겠느냐』는 주위의 권유로 극중 배역이름을 그대로 예명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갸날프고 다소곳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행을 예고하는 듯한 슬픈 분위기. 『장군의 아들2』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실제 그녀의 모습이기도 하다. 『왠지 슬퍼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잡생각을 많이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세상이 슬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보이나 봐요.』
연기에 대한 평가도 그녀 자신은 발랄한 사진작가 역(KBS-2TV 『사랑마을 사람들』)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엉뚱한 남자와 결혼한 불행한 여자역(KBS-2TV 『사랑을 위하여』)이 모두 잘 맞는 배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역시 불행한 여자역이 어울린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뚜렷한 개성은 별고생 없이 히트한 영화의 주연으로 데뷔하는 행운을 안겨주었지만 이제 그녀가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데 걸림돌이 되고있는 셈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마저 연출해낼 수 있을 만큼의 연기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연극무대를 통해서 연기력을 쌓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올 봄에 공연된 『겨울사자들』에서 그녀는 왕을 사이에 두고 왕비와 연적의 감정을 갖는 공주역을 맡으면서 새롭게 연기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6월말부터 출연하기 시작한 MBC-TV 『폭풍의 계절』에서는 부잣집 딸로 자라 전통적인 양가의 며느리로 들어가는 극중배역 성격에 맞게「절제된 연기를 통해 질질 흐르던 청승기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스스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2남2녀의 3여로 중학교졸업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한 그녀는 갸날픈 외모와는 달리 수영·테니스 등 격한 운동을 좋아하고 교회에서 만난 남자와 8년 동안 연애중인 신세대 열녀이기도 하다. <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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