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예정지 현장을 가다] 양천구 신정 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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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값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나요. 서울 강남.북 지역 격차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지요"

양천구 신정동의 주요간선도로인 강서로 주변. 6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제2의 강남'이라 불리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서쪽에는 1960~70년대 형성된 철거 이주민 정착촌이 자리하고 있다.

목동 아파트가 평당 2천만원선인데 비해 철거 이주민 정착촌의 단층 노후주택들은 평균 8백만~1천만원선. "그나마도 이 일대가 신정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가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신월6동에서 만난 주민 이정식(52)씨는 "목동 신시가지가 쾌적한 주거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반면 이 지역은 열악한 환경의 슬럼가가 형성돼있다"며 "동네 아이들이 강서로 동쪽에 사느냐, 서쪽에 사느냐로 편을 가를 정도"라고 말했다.

양천구는 관내 동서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뉴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신정3동과 신월6동에 위치한 철거 이주민 정착촌에 목동 신시가지 수준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사업지구 내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신설하고 마을광장, 공원, 내부 간선망 등 기반시설 확충에 주력할 방침이다.

◇목동 신시가지 수준의 주거 단지로=신월6동 철거 이주민 정착촌은 일명 '15평 단지'로 불린다. 30평 남짓한 부지를 15평의 단독주택 두 채가 벽을 맞대고 번지수도 같이 쓰는 형태로 주택가가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20~30년 된 노후주택이며 골목길의 폭은 대부분 2m, 넓어도 4~5m에 불과해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천구는 2007년까지 신월6동.신정3동 일대에 12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기반 시설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인구는 현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남는 공간은 주차장.공원 등으로 활용해 탁 트인 쾌적한 공간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구역을 따라 폭 25m, 20m의 도로를 신설하고 각 블록 면적의 5%를 쌈지공원 부지로 확보한다. 재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 신월2동 지역은 기존 개발과 연계해 주택가를 정비한다. 이 밖에도 사업지구 내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1곳씩을 신설,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양천구 도시주택과 정병일 주임은 "교육시설을 포함, 공원.도로 등 도시기반시설과 기타 생활편의시설을 충분히 확충해 지구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자족형 뉴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완료되면 목동 신시가지 수준의 고급 주택가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선로 주변 상업.업무기능 강화=구는 신정 네거리 주변을 중심으로 남부순환로.신월로.강서로와 맞닿은 도로변에 주상복합건물과 사무실 등을 집중 조성해 목동과 연계되는 상업ㆍ업무 중심축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현재 신월로변의 신곡시장 등 일부 상권이 형성돼 있으나 대부분 낙후되어 있고 병원.학원 등 주거기능을 보조할 근린시설들이 부족하다"며 "편리한 교통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들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구 중심 역할을 할 2호선 신정네거리역 인근에는 시민광장과 녹지를 조성할 방침이며 전철역과 남부순환로를 잇는 보행자 전용도로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구는 올해 중반까지 구체적인 종합개발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1월부터는 주택가 정비 등 본격적인 개발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남은 과제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마찬가지로 세입자 대책 마련. 철거 이주민 정착촌의 경우 세입자 비율이 전체 주민의 60%를 넘는다. 한 세입자는 "뉴타운 개발이 결국 철거 얘기 아니냐"며 "여기서 나가면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한숨을 지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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