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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사업」 전기 삼기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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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달이상 끌어오던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마침내 발표되었다. 결코 부패해선 안될 군전력 증강사업이 항간의 의혹대상이 된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지만 실제 전직 국방장관 두사람을 포함한 전 참모총장 등 핵심요인 6명이 고발되고 천억대이상의 예산낭비 등이 있었다는 감사결과는 항간의 의혹을 상당부분 뒷받침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감사에서 모두 1백18건의 문제점이 적발되고,문책대상자가 53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접하면서 지난 정권의 국정관리가 이토록 문제투성이였던 대해 새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성능시험 결과 경쟁품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값도 더 비싼데도 구매한 사실이 있는가 하면 주관부서의 의견을 무시한채 적절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양산업으로 폐쇄된 생산라인 복구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도입한 무기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구매과정에 비리가 개재됐으리라는건 뻔한 것이다.
우리는 이회창 감사원장의 말대로 이번 감사를 계기로 군은 앞으로 전력증강 명목으로 드는 비용을 국민이 아까워하지 않고,그 비용처리를 전적으로 신뢰하도록 불신과 지탄의 소지를 말끔히 씻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율곡사업 자체를 최근 급격히 변화한 국내외 안보환경과 새 정부의 군 구조변화에 맞추어 전면 재조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감사결과를 발표한 이 감사원장의 기자회견중 이번 감사에서 청와대를 포함한 어떤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도 받지 않았다는 분명한 확언에 감명받았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예정일(13일)보다 앞당겨 서둘러 이뤄졌다는 점,지난 7일 이 원장의 청와대 방문이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혹시 청와대측과의 타협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 원장은 이를 명백히 부인했다. 우리는 이 원장의 말을 믿으면서 감사원이 계속 이런 독립적이고 소신있는 자세로 나가주길 기대한다.
이 원장은 이번에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된 전 대통령 조사문제에 관해서는 기종변경 등의 대통령 행위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미측에 요청한 관련자료 등을 보아 추후에 조사여부·조사방법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미 전 대통령의 재임중 행위에 대한 조사는 헌정사의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전 대통령 스스로 의혹을 해명하는게 좋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이번에 감사원이 이 문제를 유보함으로써 전 대통령측으로선 또 한번 시간여유와 기회를 갖게된 셈이다. 감사원 역시 전직대통령에게 「소명의 기회」를 준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만큼 「조사」라는 논란많은 선례를 만들지 않도록 스스로 해명 있기를 거듭 촉구한다. 본인의 이런 해명과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 발표로 말썽많던 율곡사업 논란도 그만 정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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