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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휴업 당장 풀어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국 2만여 약국이 25일부터 시한부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한약조제권을 둘러싼 한의사와 약사간의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선 우리가 강력히 요구하고 싶은 것은 당장 약국의 문을 열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몸에 이상이 있으면 먼저 약국은 찾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또 모든 병원이 문을 닫는 밤시간에 의료기관을 대신해 응급환자에게 1차로 투약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약국을 찾는 길 뿐이다. 그런 긴요하고도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지닌 약국의 일제 휴업은 자칫하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실력행사로 비쳐지기 쉽다. 따라서 국민에게는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약사회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한의사단체의 비방과 허위선전으로 근거없는 약사회의 로비설이 나돌아 정부의 정책이 뒤바뀌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결의문에서 밝히고 있다. 또 약사의 한약조제권 침해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휴업하고 대규모 궐기대회도 갖기로 했다고 한다.
로비설이 나도는 건 사실이고 로비혐의를 걸어 검찰에 관계공직자들을 형사고발한 고소인들의 신원도 분명히 밝혀져 있다. 여기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이미 진행중임은 약사회도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수사의 공정·엄정성을 주시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인 처사일 것이다.
수사결과 고소인의 고발내용이 허위로 판정되면 그때 가소 고소인을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걸어 사법적 처리에 맡기면 된다. 더구나 약사회는 이미 한의사회장을 고소해 놓은 상태가 아닌가. 이런 합법적 절차와 수순이 보장돼 있음에도 굳이 집단행동을 먼저 결행하고 나선 것은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사자체에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킬 소지마저 없지 않은 것이다.
같은 논리로 보사부 당국자가 24일 기자회견에서 수사결과에 관계없이 『정부는 당초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도 성급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수사결과 시행규칙 개정과정에 비리가 개입되는 등 보사부의 정책 결정과정에 하자가 드러난다면 원상회복 문제가 불가피하게 제기되지 않겠는가.
또 한가지 지적해볼 일은 비록 약사법 시행규칙의 문제된 조항이 다시 살아난다고 가정하자. 그 조항이 살아있을 때도 일부 약사들은 한약조제를 해왔다. 그것이 단 한번이라도 당국에 의해 제재받은 적이 없었던만큼 그토록 성급히 행동할 일은 아닌 듯싶다.
약국은 즉각 문을 열어야 한다. 집단으로 휴업하는 건 명분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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