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견우·직녀성|박석재<천문대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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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맑은 피서지의 밤하늘은 특히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다시없는 자연교실이다.
『아빠, 하늘에 별이 저렇게 많아요?』『그럼, 아빠가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을 때는…』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별을 바라보는 가운데 어린이들은 정서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사고의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올 여름에는 최소한 견우성과 직녀성이라도 어린이들에게 꼭 알려주기를 권한다. 당장 오늘밤 찾아보려면 새벽 1시쯤에 보면 된다.
여름철 한밤중에는 은하수가 바로 머리 위에 걸려 있게 된다. 특히 1년 중 가장 웅대한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기 때문에 여름은 은하수를 관측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은하수 주위에는 밝은 세 별이 커다란 이등변삼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한 별은 은하수속에 잠겨 있고 다른 두 개는 은하수의 가장 자리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나중 두 별이 바로 그 유명한 견우성과 직녀성이다. 직녀성은 1등별보다도 더 밝은 0등별이기 때문에 그 세별 중에서도 가장 밝아서, 그리고 1등별인 견우성은 양쪽에 흐린 두 별을 거느리고 있어서 각각 쉽게 구분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오르페우스는 그의 사랑스런 아내 에우뤼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죽음의 나라로 찾아가 거문고를 타며 그녀를 자신에게 다시 돌려줄 것을 간청한다. 음악 소리에 넋이 나간 지옥의 왕은 절대로 중간에 뒤를 따라오는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길을 떠나게 한다. 세상에 거의 다 이르러 오르페우스는 어둠 속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아내가 거기까지 무사히 따라왔는지 확인하려고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순간 에우뤼디케는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오던 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 후 오르페우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결국 죽게 되었으나 그가 타던 거문고는 별자리로 남았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독수리자리는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 한다.
밤하늘의 별들을 관광자원화 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에는 스키장 근처 조그마한 호텔 규모의 숙박시설에서도 전체망원경을 갖추고 「낮에는 스키 타고 밤에는 별 보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격조 높은 선진국형 가족 휴양지가 되기 위해서나, 다른 휴양지와 달리 무언가 남겨 갈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한번쯤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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