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와 기자구속(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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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 11일자 1판 1면 「율곡관련 권 국방도 출국금지」 제하의 보도로 인해 명예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우리는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 아울러 기사의 확인 절차에 소홀함이 없지 않았음을 반성하면서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정확한 보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신속하고 과감한 정정·사과에도 불구하고 취재기자의 전격 구속이란 사태로까지 번진데 대해서는 솔직히 당혹감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문제가 제기되자마자 2판부터 기사를 삭제했으며 이어 우리나라 신문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상세한 해명과 정정 및 사과문을 실어 피해자의 명예회복에 나름대로 노력했다. 물론 이로써 피해자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으나 신문의 보도를 통해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했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측의 이에대한 대응은 유례없이 신속한 소환조사와 구속이었다. 해명기사 및 정정사과문을 통해서는 물론 소환조사 과정에서도 중앙일보는 문제의 기사가 일상적 취재·제작활동의 하나였을뿐 특정인을 고의로 비방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누누이 밝혔다. 결과적으로 확인에 철저함이 부족했으나 기사의 출처나 자료의 양식과 내용으로 보아 취재기자로선 사실로 오인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구속영장 내용은 이렇게 되어 있다. 『…출국금지 조치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비방할 목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영장내용으로 보나,즉각적인 대응으로 보나 구속방침은 사전에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검찰의 조사를 통해 기사의 내용과 게재 경위는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낱낱이 드러났다. 또 취재기자의 주거가 부정한 것도 아니고 도주의 우려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취재기자를 계속 구속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전에도 여러차례 지적한바 있지만 구속 자체를 형벌로 삼는 이러한 관행은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단순히 부정확한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만으로 취급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의 길로 우리나라엔 언론중재위원회가 있다. 이는 다름아닌 정부가 만든 기구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그러한 기구의 중재절차의 정신을 살리지 않고 단번에 검찰에 고소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때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특히 취재기자의 구속은 분명히 지나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이번 사건을 뼈저린 반성의 자료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과 기자의 구속문제와는 별개의 것이라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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