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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기자의 웰컴 투 풋볼 ⑬ 베어벡의 4 - 3 - 3, 박성화의 4 - 4 -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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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늘은 좀 재미없지만 축구 전술 얘기를 해볼까 한다.

아시안컵에 출전한 핌 베어벡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썼다. 그는 출국 직전 "4-3-3이 현재 한국 팀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선택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수비는 두터워졌지만 공격은 빈약해졌다.

베어벡은 포백의 중앙 수비 조합을 찾는 데 고심했다. 김동진.김상식을 써 봤지만 믿음이 안 갔다. 공격의 시발점인 '첫 패스'도 좋지 않았다. 결국 20대 초반의 김진규(22)-강민수(21) 카드를 찾았다. 최선책이 아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을 자제시켰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도 철저히 수비 중심으로 뽑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홀딩형'과 전방으로 패스를 열어주는 '앵커형'이 있다. 2006 독일월드컵 때는 김남일(앵커)과 이호(홀딩)로 역할 분담이 뚜렷했다. 그러나 김상식과 손대호는 둘 다 홀딩형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도 공격력이 좋은 김두현 대신 김정우를 중용했다. 김정우는 30번째 A매치인 인도네시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그는 대표팀에서 계속 수비형으로 뛰었다.

포백과 미드필더가 모두 수비 지향인 상황에서 원 스트라이커와 양 윙포워드만으로 겹겹이 방어막을 친 상대를 뚫기는 힘들었다. 공격 숫자가 부족하니 전방에 공 줄 곳이 없고, 그래서 백패스와 횡패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축구전문가 켄 브레이가 쓴 'How to score(골 넣는 법)'에는 4-3-3과 4-4-2의 '유효 패스' 가짓수가 나온다. 40m 이내(동료가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거리) 패스가 4-3-3에서는 56가지, 4-4-2에서는 66가지가 나올 수 있다. 4-3-3이 단순하고, 그래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4-4-2가 좀 더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팀을 맡은 박성화 감독이 "베어벡의 공격 전술은 단순한 면이 있었다. 나는 4-4-2로 가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3, 2005년 청소년 팀(U-20)을 이끌면서 4-4-2를 즐겨 썼다. 투 스트라이커의 호흡이 잘 맞을 경우 다양한 공격 패턴(컷인, 2대1 패스, 스크린 플레이 등 농구 전술과 유사)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선수가 박주영이다. 그는 2003년 박 감독이 지도했던 청소년 팀에서 천재성을 활짝 꽃피웠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인 박주영은 윙포워드보다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뛰는 게 편하다고 한다.

과정은 나빴지만 박 감독이 올림픽 팀을 견실한 수비와 화끈한 공격을 겸비한 팀으로 만들어 주기 바란다. 그게 부임 17일 만에 클럽을 박차고 나온 본인도 사는 길이다.

정영재 기자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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