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세 대출 받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으로부터 홀대받던 ‘전세 대출’ 시장이 은행의 ‘블루오션’(경쟁 없는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규제로 그간 은행의 주요 자금운용처였던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전세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금 한도를 높이거나 대출 절차·요건을 완화한 전세 대출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손잡고 이달 중 ‘우리V전세론’(가제)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6일 말했다. 이 상품은 신규 전세자금에 대해 보증금의 60% 내에서 최고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3억원인 전셋집을 얻기 위해 대출을 신청하면 1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간 우리은행에서 전세금 대출을 받으려면 최고 6000만원이 고작이었다. 또 기존 세입자가 생활자금 목적으로 대출을 신청할 경우 전세 보증금의 60% 범위 내에서 1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예전엔 대출 대상 주택 규모가 81㎡ 이내이거나 전세 계약 후 3개월 이내에만 대출해 줬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제한을 모두 없앴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박화재 수석부부장은 “그동안 집 없는 서민들은 급전이 필요하면 높은 이자율로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농협도 2억원 한도 내에서 전세 보증금의 60%까지 지원하는 ‘NH 아파트 전세자금 대출’을 선보였다. 대상은 만 20세 이상 가구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있는 아파트 전세자금용이다. 기존 세입자 중 전세권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들도 전세대출 금리를 이르면 다음달부터 최고 1%포인트 가량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 시장 공략을 위한 금융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원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전세대출 같은 틈새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은행 간 금리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