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잘 합니다,하지만…”/민주·재야가 보는 「YS 100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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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수 치면서도 절차 강조/국회서 야함께 논의요구/민주/“청산 더중요… 참여하며 선택적 협조”/재야
『잘 합니다. 그렇지만…』
김영삼대통령의 개혁 1백일을 바라보는 민주당의원 다수의 반응은 일단 긍정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개혁이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개혁의 목표와 크게 빗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2일 발표한 「비판적」기조의 「김영삼정부 1백일 평가」에서도 『경제개혁을 제외하고는 YS개혁의 목표가 대체로 국민적 기대와 일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패정치인·정치군인과 오랫동안 권력의 그늘에 안주하며 이권에 관여해왔던 고위 검찰간부 등에 대한 사정에서 보듯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시각에 민자당은 동의하고 있다.
○“상상외로 과감”
특히 개혁의 오랜 사각지대였던 군·검찰 등 성역을 허물어버린 과단성과 추진력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김 대통령을 겪었던 민주당 의원들로서도 「상상외」라는 반응들이다.
하나회 중추인 육참총장·기무사령관에 이은 합참의장 등 12·12관련 장성해임과 부패장성 추방 등 일련의 군관련개혁에 대해 『개혁은 이제 끝났다』(강창성의원·박정희대통령 시절 보안사령관 역임)고 말할 정도다.
고검장급 3인의 사퇴와 이건개씨 구속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조치로 환영』(박지원대변인) 『해방이후 처음있는 일』(이해찬의원) 등으로 비중있게 받아들였다.
이기택대표는 『김 대통령이 벌이는 개혁드라이브를 보면서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부산 가야클럽연설) 『김영삼정부의 개혁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국회연설)고 했다.
2일의 「김영삼정부 1백일 평가」에서도 『1백일이 마치 수년이나 지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개혁작업을 쉼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영삼정부의 개혁으로 인해 자기 위상정립에 애를 먹고있는 민주당이 문제삼은 것은 개혁의 방법과 주체에 대한 시비다.
○감·인기의존 비판
민주당이 YS개혁을 비판하는 전가의 보도는 바로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혼자 차치고 포치는 식으로 그때그때 감과 인기에 의한 개혁만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조세형 최고위원)는게 민주당 의원들의 일관된 비판정서다.
민주당은 당초 YS개혁을 『사정차원에 불과할 뿐』(이기택대표)이라며 평가절하했고,재산공개를 전후해서는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줄곧 내세워 왔다.
그러나 최근 성역을 허무는 과거 청산이 국민들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급진 재야의 선봉인 김근태씨마저 『청산이 법·제도의 정비보다 먼저』(민주당 개혁토론회)라는 입장을 취하자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당의 1백일 평가보고서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사정개혁이나 의식개혁이후의 단계로 미루지 말고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덕용 정무1장관의 개혁 3단계론(정상회복→의식개혁→법·제도개혁)을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전두환정권 등 역대정권 초창기에 모두 개혁과 정화를 한다면서도 실패한 것은 제도화보다 명령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인치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사정차원 개혁을 언제까지 할 것이며 악법개폐와 금융실명제 실시 등 제도개혁의 청사진을 내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의원들은 요즘 YS개혁을 논할때 아르헨티나의 페론 전 대통령을 곧잘 거론한다. 『김 대통령과 언론에만 의한 개혁추진은 40년대중반∼50년대 초반의 인기위주 페론정치의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개혁의 주체에 대해서는 두가지 측면을 비판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독단에 의하기보다는 국정의 두 수레바퀴인 야당과의 협의·협조속에 개혁이 추진돼야하며 결국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개혁논의의 장으로 적극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단계 개혁론 반박
여권의 개혁주체에 대한 「개혈론」도 집중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획기적 조치로 평가한 12·12의 「쿠데타적 사건」규정을 거부한 황인성총리와 기승전결론을 폈던 김종필 민자당대표 등을 적합치 못한 개혁주체로 평가하고 있다. 『불순한 피가 많이 섞여 피갈이가 필요하다』(박지원대변인)는 논리다.
당의 1백일 평가보고서는 『권력내부에서 개혁 과정의 실수·자충수를 노리는 수구세력을 과감히 숙정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원조·박태준 전 의원의 「병치료외유」와 이용만 전 재무장관의 「도피성외유」에 대한 사정의 형평성·선택성을 민주당은 끊임없이 시비삼을 태세다.
재야는 김정남·이재오·정성철·인명진·이신범·김영준·손학규씨 등이 이미 참여속의 개혁을 택해 YS개혁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비판적 관망세력의 대표격인 김근태씨도 최근 민주당의 개혁토론회에서 『정파적 입장으로 개혁에 흠을 내기보다는 YS개혁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수구세력의 반격에는 선택적 협조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YS개혁 1백일에 대한 재야의 시각이 점차 한가닥으로 수렴돼가고 있는 셈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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