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경제자문회 타이슨 의장|클린턴 경제호 조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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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12월 빌클린턴 미국대통령당선자가 무명의 여류 경제학자 로라 타이슨이 앞으로 대통령 경제자문회의를 이끌도록 할 계획이라는 말을 처음 꺼냈을 때 미국 경제계와 언론계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난 1월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라인 윤곽이 차츰 드러나면서 타이슨이 정책입안 참여과정에서 로버트루빈 국가경제회의의장, 로버트라이시 노동부장관 등 기라성 같은 권위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타이슨의 영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같은 예상은 최근 크게 빗나가고 있다.
일본의 폐쇄적 시장구조에 대한 비판과 「결과를 중시하는」통상정책을 부쩍 강조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최근 행동은 타이슨의 저서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하이테크산업의 무역분쟁』에 나타난 그녀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슨이 클리턴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당시 클린턴 후보는 리틀록에 있는 아칸소주지사관저에서 「경제정책 살롱」을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 버클리대학 경제학과교수인 타이슨이 초청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미국경제의 당면 현안에 대한 정책대안을 정연한 논리로 제시해 당시 클린턴을 매료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고용·이자율 등 거시경제 문제에 관심을 쏟았던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직 역할이 타이슨이 취임하고 난 뒤부터는 무역협상·대외경쟁력 확보문제 등 실질적인 문제의 정책입안에 집중되고 있다.
타이슨은 최근 대통령부인 힐러리 여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의료제도개혁위원회가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비부담증액정책이 다른 경제목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 힐러리 여사에게 정면 도전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정책 조타수 역할을 하게 된 타이슨이 힐러리 여사가 마련한 의료제도개혁 시안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워싱턴정가에서 새로운 관심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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